청년·근로자 주거 수요 반영 추진…공급 지역·입주 조건은 후속 협의 필요

[로컬세계 = 문성용 기자] 경기도가 직장과 집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주택 입주에 맞춰 교통·생활시설을 갖추는 방향으로 주택공급 전략을 제시했다. 반도체 산업거점과 대학, 광역철도 역세권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춰 주택과 일자리를 함께 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2일 오후 서울 국토발전전시관에서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이 같은 내용의 ‘경기도형 주택공급 전략’을 건의했다. 도는 정부의 수도권 공급 확대에 협력하되, 주택의 입지와 유형, 교통대책을 정하는 과정에서 경기도의 역할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민 입장에서 핵심은 주택 공급량뿐 아니라 출퇴근과 생활 여건이 얼마나 개선되느냐에 있다. 산업단지 근로자에게는 직장 가까운 주거지를, 청년에게는 대학·연구시설·기업과 연결된 정착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이번 전략의 방향이다.
다만 이번 면담은 도시모델과 제도 개선을 제안한 단계다. 제공된 발표 내용에는 모델별 사업 대상지와 공급 가구 수, 청약·임대주택 입주 조건, 입주 일정이 제시되지 않았다.
반도체 근로자부터 대학가 청년까지…지역별로 공급 방식 차별화
경기도가 제안한 도시모델은 산업연계형, R&D·캠퍼스형, 자족신도시형, 역세권 복합개발형 등 네 가지다.
산업연계형은 반도체 등 대규모 산업시설 주변에 근로자가 거주할 주택과 생활시설을 함께 배치하는 방식이다. 일자리 가까이에 주거 선택지를 늘려 장거리 통근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R&D·캠퍼스형은 대학과 연구시설, 기업, 청년 주거를 연결한다. 지역에서 공부한 청년이 연구와 창업·취업을 거쳐 정착할 수 있도록 생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자족신도시형은 도시 조성 초기부터 주택과 일자리, 상업시설, 생활서비스를 함께 계획한다. 주택에 먼저 입주한 뒤 업무시설과 생활시설이 들어서기를 기다려야 하는 문제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역세권 복합개발형은 GTX 등 광역철도 환승거점 주변에 주거·업무·상업 기능을 모으는 모델이다. 역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통로에 그치지 않고, 일하고 생활하는 도시 중심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들 모델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면 주민들은 직장과 주택의 거리, 환승 편의, 생활시설 접근성 측면에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구체적인 효과는 기업 입주와 교통시설 확충이 주택 공급과 얼마나 맞물려 진행되는지에 달려 있다.
청년·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에 지역 수요 반영 추진
경기도는 산업거점 주변의 청년·신혼부부·근로자 수요를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도지사의 입주자 선정·배분 권한 확대를 요청했다.
이는 지역에서 실제로 필요한 주택의 유형과 공급 대상을 계획에 반영하려는 제안이다. 이번 건의만으로 특정 직종 근로자나 경기도 거주자에게 새로운 우선 입주권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입주 자격과 선정 방식은 제도 개선 여부와 개별 모집공고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도는 대규모 공공주택지구의 입지 선정과 지구계획 수립 과정에서도 경기도의 참여를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산업과 주거를 연결할 수 있도록 과밀억제권역의 공업지역 총량 규제 완화와 주요 역세권 개발을 위한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확대도 요청했다.
추 지사는 “K-반도체 산업거점과 주거를 연결하는 도시를 설계하고, 청년 일자리정책과 청년 주거정책도 함께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입주해도 교통은 공사 중?…주택·광역교통 동시 추진 요구
기존 신도시 주민과 입주 예정자에게 직접적인 관심사는 교통시설의 개통 시점이다. 주택이 완공돼도 철도와 도로가 뒤늦게 갖춰지면 출퇴근 불편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단계부터 광역교통계획을 연계하고, 필수 광역교통시설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으로 사업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건의했다. 주택과 교통시설을 별도 절차로 추진하면서 발생하는 시간차를 줄이자는 취지다.
이 같은 요구는 최근 3기 신도시 관련 논의와도 이어진다. 경기도는 지난 9월 28일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광역교통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지방정부의 공공주택사업 참여 확대, 기업이전단지 조기 계획 등 13개 제도 개선 과제를 제시했다. 당시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기주택도시공사(GH) 관계자들도 참여해 공급 속도와 신도시 자족기능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제안 역시 주택 건설을 앞당기는 것과 함께 일자리·교통·생활시설의 공급 시기를 조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다만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는 경기도의 건의 사항으로, 적용 대상과 시행 여부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산업은 성장했지만 주거는 분리…실무협의가 사업화 관건
경기도가 산업과 주거의 연계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일자리 증가와 주택 공급 사이의 불일치가 있다.
도 집계에 따르면 2014∼2024년 수도권의 지식기반제조업 종사자는 4만2,000명 증가했으며, 증가분의 86%가 경기도에서 발생했다. 반도체 등 산업 일자리가 도내 거점을 중심으로 늘었지만, 주거와 생활시설이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해 통근 수요와 교통혼잡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 도의 설명이다.
홍 장관은 면담에서 “실무협의체를 같이 구성해 경기도가 원하는 바를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면 반영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국토부와 실무협의체를 구성해 도시모델의 구체화와 제도 개선을 논의할 방침이다. 주민이 체감할 변화로 이어지려면 후속 협의에서 사업 대상지, 주택 유형, 재원, 기업 유치와 교통시설 확충 일정이 구체적으로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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