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 유가족 예우 강화 및 16개 구·군 밀착 캠페인 시동
전재수 부산시장, “이별의 슬픔을 생명의 환희로 바꾼 이들의 고귀한 정신”
국경 넘는 한·미·일 국제심포지엄과 일상 속 문화 확산 천명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사랑은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줌으로써 타인에게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다. 누군가의 심장이 멎는 절망의 순간에 또 다른 누군가의 가슴에는 힘찬 생명의 박동이 울려 퍼지게 만드는 게 바로 기적일 것이다.
매년 9월 9일이 되면 우리가 되새겨야 할 숫자의 의미는 깊고도 무겁다. 뇌사자 한 사람이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린다는 뜻에서 유래한 ‘장기기증의 날’을 맞아 대한민국 해양수도 부산이 차갑고 각박한 현대 사회의 이면을 따스한 온기로 물들이며 진정한 생명존중의 대전환을 선언하고 나섰다.
◆ ‘아홉 명의 생명을 살린 숭고한 결단’… 시청 국제회의장에 울려 퍼진 눈물의 경의
9일 오후 부산시청 국제회의장은 거창한 수식어나 화려한 축제의 장과는 결이 다른 숙연하면서도 뜨거운 감동의 물결로 가득 메워졌다. 사단법인 한국장기기증협회 주최로 열린 '2026년 장기기증의 날 기념식'에는 전재수 부산시장을 비롯해 강무길 시의회 의장, 김석준 시 교육감, 한국장기기증협회 강치영 회장, 장기기증인 유가족 및 유공자 등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기념식은 생명나눔 문화 확산에 기여한 유공자 표창 수여, 기념사, 축사, 유가족 격려 및 생명 존중 가치를 공유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행사는 단순한 기념의 의미를 넘어섰다. 가족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슬픔 속에서도 타인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서약에 서명하거나 장기를 내어준 유가족들의 손을 잡고, 사회가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고 예우하겠다고 다짐하는 엄숙한 약속의 장이었다.
◆ 부산시내 16개 구·군 보건소와 모바일 앱까지… 일상 속으로 파고드는 ‘희망의 씨앗’
부산시는 이번 기념식을 기점으로 단발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생명나눔의 가치를 체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입체적인 인프라 구축에 돌입한다.
먼저 ‘지역밀착형 생명나눔 주간’ 지정이다. 매년 9월 두 번째 주를 ‘생명나눔 주간’으로 지정하고, 부산시 16개 구·군 보건소를 전진 배치해 지역 주민들에게 장기기증의 진정한 의미를 알리는 릴레이 캠페인을 펼친다. 이 ‘생명나눔 주간’(매년 9월 두 번째 주)을 운영하고 유가족 예우 물품 지원과 힐링캠프, 장기기증 심포지엄 개최 등 민간 전문기관과 연계해 유가족 위로 및 인식개선 사업을 적극 추진한다.
유가족 예우 및 힐링지원사업은 기증자 유가족들이 겪는 트라우마와 상실감을 보듬기 위해 유가족 예우물품 지원을 비롯해 전문 힐링캠프를 운영, 민간 전문기관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해 사회적 인식개선에 총력을 기울인다.
시민 참여형 '워크온' 챌린지도 진행한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과 손 잡고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Walk On)'을 활용한 대국민 참여형 캠페인 ‘나눔이와 함께하는 희망의 씨앗을 잡아라!’를 9월 한 달간 진행한다. 일상적인 건강 걷기와 함께 희망의 씨앗 캐릭터를 잡고 응원 댓글을 남기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쉽고 친근하게 생명나눔의 뜻을 기릴 수 있도록 했다.
나아가 오는 11월에는 한·미·일 국제심포지엄을 개최해 장기기증과 생명존중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국경을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확장하고 국제 사회와의 연대를 한층 더 공고히 다질 예정이다.
◆ "기증자와 유가족이 가장 존중받는 도시, 부산을 만들겠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전재수 부산시장은 생명나눔을 실천한 이들의 고귀한 희생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시정의 최우선 가치 중 하나로 ‘따뜻한 생명 공동체’ 구축을 거듭 강조했다.
전 시장은 “가장 깊은 절망과 이별의 끝에 서 있는 이웃에게 자신의 일부를 내어주어 기적을 선물해 주신 기증자분들과 그 고결한 결단을 지지해 주신 유가족분들께 고개 숙여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부산시는 기증자와 유가족분들이 사회 그 어느 곳에서도 온전한 존중과 명예로운 예우를 누리실 수 있도록 만들겠으며, 몇몇 이들의 희생에만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숨 쉬듯 생명나눔의 문화가 부산 전역의 골목골목에 단단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역설했다.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9월 9일’이라는 하루의 기념일을 넘어 누군가의 끝이 다른 이의 새생명을 돕는 아름다운 기적의 날로 각인되고, 첨단 AI(인공지능)과 경제적 대도약을 꿈꾸는 부산의 눈부신 성장 뒤편에서 ‘생명존중·생명나눔의 휴머니즘’이 부산항을 가득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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