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회에 분석해 본 홍일식의 ‘문화영토론’에 이어 이번에는 신용우의 ‘문화영토론’을 분석해 보기로 한다.
필자는 인간과 영토와의 관계에서, 각종 문화 활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현상이 어떠한 원리와 원칙에 의해 발생하여 변경 혹은 소멸하거나 지속되며, 그에 따라서 영토권자가 어떻게 바뀌는가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연구를 거듭해 왔다. 문화적인 관점에서 접근하여, 영토에 대한 문화 활동과 문화현상을 통해서 일정한 영토의 영토권자를 정의하는 것을 ‘영토학’의 한 분야로 체계화하고자 한 것이다.
지리적인 국경에 의해서 지배하고 있는 통치자를 개념적인 영토권자라고 한다면, 대대로 그 안에서 영토문화를 누리며 살아 온 문화주권자를 실질적인 영토권자로 보아 인류의 국경이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주권자를 판단하는 기준은, 현재 눈에 보이는 문화로 그 영토의 문화주권자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부터 이어온 영토문화에 의해서 문화주권자를 정의하고, 그 문화주권자의 문화영토를 반드시 인정해 주어야 한다. 현재 시행됨으로써 눈에 보이는 문화는 개념에 의한 지리상의 국경이 전쟁이나 침략 혹은 합병 등에 의해서 변할 때, 침략자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전래되어 지배자의 강요에 의해서 행해지는 문화일 수도 있기에 지배자가 변하면 또 변할 수도 있지만, 영토문화는 고대부터 일정한 영토에 고유하게 자생하여 상속되며 보편적으로 분포된 문화이기 때문에 영토문화에 의한 문화영토는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문화영토라고 지칭될 정도의 문화라면 그 영토 안에서 형성되어 뿌리를 내린 영토문화로, 이것이야말로 역사적 맥락으로 관류되는 종축과 문화적 시야로 포괄되는 횡축이 서로 교직되는 개념으로 ‘문화영토론’의 개념과 부합되는 것이다. 즉, 어느 나라의 영토를 이야기할 때, 지배자의 주권에 의해 설정된 지리적인 국경에 의한 영토를 개념적인 영토라고 한다면, 역사와 함께하는 영토문화에 의해 구분되는 영토가 실질적인 영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에 의해서 영토를 정의하는 것’이라는 ‘문화영토론’이라는 용어의 사전적인 해석에 따른 기본개념과 ‘고대부터 농경・정착시대에 이르기까지 인간과 일정한 영토 사이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화 활동의 결과물로 고유성과 상속성을 갖고 그 영토에 보편적으로 분포된 영토문화’를 접목하여 ‘문화영토론’의 개념을 확대・정립함으로써 영토권자를 규명하는 것은 필요할 뿐만 아니라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이다.
일정한 영토의 영토문화에 의한 영토권 규명이야말로, 현재 실행되고 있어서 당장 눈에 보이는 문화에 의해서 잘 못 정의될 수 있는 영토권으로부터 고대부터 그 영토 안에서 형성되어 뿌리를 내리고 발전시킨 그 영토문화 문화주권자의 영토권을 보호하고 규명함으로써 진정한 영토권자를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필자는 영토문화를 기반으로 영토권을 정의해야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연구를 거듭한 결과 ‘문화영토론’이란 ‘개념에 의한 지리적인 국경이 아니라, 영토문화에 의해서 영토권을 정의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수립하였다. 그리고 연구를 거듭한 끝에 ‘영토문화에 의해서 정의된 문화주권자야말로 진정한 문화주권자’라는 ‘영토문화론’을 정립함으로써 ‘문화영토론’이란, ‘개념에 의한 지리적인 국경이 아니라, 영토문화에 의해 영토권이 규명되어야 한다는 ‘영토문화론’에 의해서 정의된 문화주권자를 영토권자로 규명하는 것’으로 개념을 정립하였다. ‘문화영토론’은 단순한 문화에 의해서 영토권을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영토문화에 의한 ‘영토문화론’을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한 것이다.
필자가 영토문화에 의해서 문화주권자가 규명되어야 하고 그 문화주권자가 바로 영토권자가 되어야 한다는 ‘영토문화론’을 동반한 ‘문화영토론’에 대한 원리를 그대로 반영한 실례가 최근에 유럽에서 일어남으로써 필자의 이러한 주장이 결코 학설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적용되는 가장 평화로운 인간적인 삶의 모습 중 하나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원래 하나의 도시가 2차대전으로 인해서 이탈리아와 유고슬라비아로 나뉘는 바람에 여행을 제한했으나 주민들은 그런 조치에는 전혀 연연하지 않고 서로 오가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탈리아 북동부의 고리치아와 슬로베니아 서부 도시 노바고리차를 유럽연합이 2025년 올해의 유럽문화수도로 결합한 사례다. 그들은 조상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영토문화로 주민들은 이미 하나였다. 그리고 주민들이 하나 되는 도시에서 인위적으로 아무리 국경을 설정하고 교류를 막으려고 해도 무의미하다는 것을 선진 유럽이 인정한 본보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 호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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