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북 등 자동차·전자 수혜업종 밀집 지자체는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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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전남 무안군 삼향읍 전남도청 앞에서 광주·전남 지역 농민 2000여명이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통과 후 지자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역별 특화산업에 따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자동차·기계류·전기전자·섬유분야 등은 수혜가 예상된다. 농축산·제약·서비스업 등은 산업기반마저 위태롭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자체들은 한·미 FTA 발효 후 지역별 특화산업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지원 정책을 세우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기_분야별 맞춤 대책 마련
경기도는 FTA와 관련해 농축산업과 제약산업, 섬유산업 등 각 분야별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도에 따르면 FTA로 인해 농축산업은 향후 20년간 쇠고기 등 22개 품목에서 연평균 1504억~2456억원의 생산액 감소가 예상된다. 제약산업도 연평균 686억원 가량 생산액이 줄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섬유산업은 연평균 생산액이 809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도는 농축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내년 1514억원을 투입한다. 이는 올해 농정예산 1296억원보다 218억원(16.8%) 늘어난 것이다. 축사시설현대화(300억원)와 조사료 확충(51억원), 농촌마을 종합개발(136억원), 가축질병근절대책(120억원), 우수축산물 유통개선, 축산경영개선, 친환경농산물 학교급식, 농산품 해외마케팅 강화 등에 쓰인다.
제약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9년까지 정부와 함께 1686억을 투입해 신약개발시스템 개선에 나선다. 도내 중소제약기업의 신약개발을 도울 예정이며 중국과 인도 등 브릭스 시장을 대상으로 통상촉진단을 파견하는 등 해외진출을 지원한다.
FTA 수혜업종인 섬유산업에는 신소재 개발 등 ‘특화발전방안’을 추진한다. 45억원을 투입해 포천과 연천, 양주 등 4곳에 섬유산업단지를 조성하고 미국 LA와 뉴욕 마케팅센터를 활용해 대미 수출도 강화한다. 섬유업체들이 밀집한 경기북부지역은 향후 15년간 매년 4800억원 이상의 생산증대 효과를 얻을 것으로 분석됐다.
도는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 도입 쿼터 1만명 확대 등 제도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
인천_제조·서비스업 수출 ‘순항’
한·미 FTA에 따른 인천지역 경제 기상도는 ‘맑음’이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인천시가 지난 23일 발표한 ‘인천지역 한·미 FTA 효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기계류·전기전자 부문은 수출 증가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됐다. 반면 강화군과 옹진군의 경제 기반인 농수산업은 피해가 클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기준 인천지역의 대미 수출은 자동차 수출액이 6억1000만 달러로 수출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30.9%)을 차지하고 있다. 기계류 3억9300만(20%), 전기기기 3억5200만 달러(17.9%), 유기화학품 1억1100만 달러(5.6%), 철강 9700만 달러(4.9%) 등이 뒤를 이었다.
자동차는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사라지고 기계류 또한 품목에 따라 3.2~4.2%의 관세가 철폐된다.
지역 총생산(GRDP) 중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비중이 86.5%를 차지해 FTA가 지역경제 전반에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농수산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서해 5도 등 옹진군민들의 생계수단은 어업에 한정돼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시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시는 지난해 지자체 중 처음으로 인천FTA활용지원센터를 인천상공회의소 내에 설치해 지역 기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한·미 FTA 전략 대응반(TF)’을 구성해 관련부서 회의를 갖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경북_한·미 FTA 최고 수혜지역
경북도는 이번 한·미 FTA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지역으로 꼽힌다. 자동차, 섬유, 전기전자 등 FTA 수혜업종들이 지역 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FTA 발효 후 경북지역 제조업이 향후 10년간 수출 13억5700만 달러, 생산 4조3080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품목별 수출액은 자동차부품 5억5100만 달러, 전기전자 4억900만 달러, 섬유 3억3000만 달러 등의 효과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는 한·미 FTA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수입보다 수출이 크게 늘어 무역 흑자가 기대된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호재를 맞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관용 도지사는 “도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경북의 기업과 산업단지를 ‘불이 꺼지지 않는 산업현장’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반색했다.
도는 5년 전부터 한·미 FTA에 대한 준비를 면밀히 했다. 2007년부터 FTA 추진상황을 살피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수혜분야의 효과 극대화를 위한 대책을 중점 추진했다. 2008년에는 16명 규모의 FTA 대책과를 신설해 수혜업종뿐 아니라 농축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들을 마련했다. FTA 대응 농어촌진흥기금 1437억원을 조성하고 농수축산업 피해율에 따른 시·도별 차등 지원 등을 정부에 건의했다.
도는 중소기업의 FTA 효과 극대화를 위해 업종별, 공단별 순회 설명회를 갖고 있다. FTA 대응전략, 비즈니스모델 등의 정보를 꾸준히 제공한다. 지역기업을 대상으로 FTA 실무교육과 컨설팅, 상담도 실시하고 있다.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직원들이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은 관세가 철폐되는 등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남_최대 농업지역 FTA 피해 심각
전국 최대 농업지역인 전남도는 FTA로 발생하는 피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농수축산분야에서 도의 15년간 피해액은 총 1조4085억원으로 전망된다.
미국산 쇠고기의 경우 40%의 관세가 15년간 단계적으로 철폐되고 냉동 돼지고기는 2016년에 25% 관세가 폐지돼 연간 700억원의 축산업 생산 감소가 불가피하다.
농업은 연평균 939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7월 발효된 한·유럽연합(EU) FTA 피해액까지 합하면 연간 1158억원의 피해가 우려된다.
전남은 여수·광양 산단 외에는 특별한 산업단지도 없어 FTA로 얻는 이익이 타 지역에 비해 작다.
도는 친환경 축산정책으로 FTA 물결을 넘는다는 계획이다. 가축운동장 확보, 적정사육밀도 유지, 환기 및 햇볕 투과시설을 보강할 예정이다. 현재 3만2000㏊의 조사료 생산 면적도 내년에는 5만㏊로 늘린다. 안전축산물을 공급할 수 있도록 조직·기업화 사업을 확대한다.
정부에 농가 경영안정대책 수립, 배합사료 가격안정기금 조성, 농업정책자금 대출금리인하 등을 건의했다. -
충북_주력 바이오산업 큰 타격 우려
충북도는 주력 산업으로 양성 중인 바이오산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는 2002년부터 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해 ‘오송생명과학단지’를 조성했다. 현재 이곳에는 36개 제약업체와 18개 의료기기업체, 4개 건강기능성 업체 등 총 58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제약분야는 FTA 비준으로 농축산업 분야와 함께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다. 내년 FTA가 발효되면 의약품 허가·특허 연계제도 도입, 의약품 의료기기 제조기준 강화 등으로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된다. 오송단지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상황에서 큰 악재를 만난 셈이다.
FTA 피해가 예상되는 농축산업 분야는 연구용역을 실시해 대응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축사시설현대화 등 농업분야에서 10건의 제도개선을 정부에 건의하고 20억원의 긴급자금을 요청한 상태다. 아울러 농축산업, 중소상인, 바이오제약 분야의 업계, 학계, 법률가 등으로 전문가그룹을 만들어 분야별 피해대책을 마련해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
도는 FTA 수혜업종의 이익을 농민과 중소상인 등에게 지원하는 ‘한·미 FTA특별회계’ 도입을 정부에 건의했다. FTA 대응 TF도 구성해 운용할 계획이다. -
제주_득보다는 실…감귤농가 피해 막대
FTA가 제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득보다는 실이 훨씬 크고 광범위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향후 10년간 1차 산업은 3377억원, 음식료품 부분은 122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도내 대표작물인 감귤은 경쟁과일인 미국산 오렌지의 국내 소비시장 공세 강화로 피해가 불가피하다. 현재 미국산 오렌지는 수입 오렌지의 95%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감귤은 연평균 639억원, 15년간 9500억원의 피해가 전망된다.
반면 서비스 분야는 제주지역의 가장 큰 수혜업종이다. FTA로 1347억원의 생산향상이 기대된다. 이어 관광산업(135억원), 교육(88억원), 보건·의료 78억원 등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그러나 생산 감소액이 증가액에 비해 2배 이상 많아 FTA로 인한 제주 경제는 악화될 전망이다.
뉴스룸 = 라안일 기자 raanil@segye.com
- 기사입력 2011.12.02 (금)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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