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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례 감독작 장편 ‘아이들’ |
[로컬세계] 뼛속까지 파고드는 칼바람이 야외활동을 꺼리게 만드는 요즈음, 사람들은 따뜻한 실내에서 한해를 되돌아보며 내년의 삶을 준비한다. ‘괜찮은 영화 한편 보고 싶은데 마땅치가 않네ㆍㆍㆍ’라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9일 개막하는 ‘서울독립영화제2010’를 권한다. 이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시대의 희망과 아픔을 다양한 시선으로 담아냄으로써 우리에게 세상과 당당히 대면해 더 나은 삶을 살아보자고 담담하게, 때로는 매몰차게 말한다.
‘서울독립영화제2010’이 9일 서울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까지 CGV상암에서 진행된다. ‘毒립영화 맛좀볼래’란 슬로건으로 열리는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본선 진출작은 지난 8월16일부터 9월6일까지 공모로 접수된 총 631편의 작품 가운데 엄선된 단편 33편과 장편 11편 등 총 44편이다. 올 한해 독립영화계에서 주목하는 영화 20편도 초청작으로 상영된다.
치열한 예심을 통과한 본선 진출작은 극영화 22편과 다큐멘터리 12편, 실험영화 6편, 애니메이션 4편으로 구성됐으며, 경쟁은 3000만원의 상금을 두고 장르ㆍ러닝타임 구분 없이 진행된다.
‘88만원 세대’ 삶의 조건과 이주노동자ㆍ소수자에 대한 작품, 용산문제 등 최근 사회적 이슈를 다룬 작품이 주를 이룬다. 단편부문에선 실험영화가, 장편부문에서는 다큐멘터리가 예년에 비해 두드러졌다. 국내초청섹션은 올 한해 국내외 독립영화계에서 주목 받았던 영화들은 물론 내년에 활약이 기대되는 작품들을 총 망라해 독립영화의 흐름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개막작 <도약선생>은 <은하해방전선>, <황금시대>,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등을 연출한 윤성호 감독의 신작으로 장대높이뛰기 선수의 무한도전을 그린 작품이다. 장대높이뛰기의 뛰고, 달리고, 넘는 과정을 통해 도약하는 젊은 열정과 사랑을 말한다.
제주지역에서 독립영화를 찍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오멸 감독의 <뽕똘> 역시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만나는 작품이다.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관왕에 오르며 제2의 <똥파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박정범 감독의 <무산일기>, 평론가들 사이에서 찬사가 끊이지 않았던 장률 감독의 <두만강>, 최근 <조금만 더 가까이>로 1만 관객을 돌파하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김종관 감독의 단편 <바람의 노래> 등이 상영된다.
기대ㆍ화제작 총망라 독립영화 흐름 한눈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창작자 나름의 독특한 시선과 고른 완성도로 무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은실 서울독립영화제2010 예심위원은 “영화적 재미와 감동 그리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선들을 확인하고 영화에서 던진 질문에 대해 함께 즐기면서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7편의 다큐멘터리는 인간의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김지영 감독의 <나각소나타>는 니나가와 스미무라란 인물에 관한 다큐로 ‘나각’이란 악기의 근원을 찾는 작품이다. 그 안에서 주인공의 독특한 세계관을 만날 수 있으며, 우리에게도 생소한 한반도에 대한 역사관을 보여준다. 박배일 감독의 <잔인한 계절>은 힘겨운 노동을 하는 환경미화원들의 이야기다. 어두운 밤과 새벽, 고된 노동을 하는 이들에게 절로 고개를 숙이게 만든다.
최근 이슈가 됐던 사회문제에 대한 예리한 시선도 돋보인다. 김태일 감독의 <오월愛>는 광주민중항쟁 30주년이 된 지금,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 광주의 현재적 의미를 질문하며, <용산, 남일당 이야기>는 용산 참사가 벌어진 남일당 주변에서 강제철거에 항의하며 주거권 보장을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진중하게 담아냈다. 문정현 감독의 <용산>은 용산 바깥에서 참사를 바라본 감독의 참담한 심정을 풀어내 우리 사회의 반성을 촉구한다.
이강현 감독의 <보라>는 오랜 시간 반복된 노동으로 신체에 이상이 생긴 노동자들의 모습과 이를 방치하는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을 드러낸다. 류미례 감독의 <아이들>은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엄마의 시점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배어있다.
상처의 치유를 흔들림 없이 담은 장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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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무 감독작 장편 ‘휴일’ |
장편 극영화 4편의 공통점은 상처와 상흔이 치유되는 과정과 그렇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을 보여준다. 감독들은 그 상황을 피해가지 않고 세상과 대면하고자 하는 성숙한 시선으로 영화를 그렸다.
이난 감독의 <평범한 날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내면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주변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영화는 일상적으로 보이는 풍경 속에서 인물들의 상처를 세심하게 관찰한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이는 김진무 감독의 <휴일> 역시 사람들의 깊은 상처를 보여준다. 그 상처는 내면의 것이 아닌 태안반도기름유출 사건으로 촉발된 사회적 원인에 기인한다. 삶의 터전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무력함을 영화는 흔들림 없는 시선으로 표현했다.
민용근 감독의 <혜화, 동>은 풋사랑으로 생긴 아이를 잃어버린 청년들의 이야기다. 태어난 아이를 한번이라도 보고 싶은 주인공들의 애정 어린 집착을 깔끔하면서도 집요하게 보여준다. 김곡ㆍ김선 감독의 <방독피>는 범죄 스릴러 장르를 차용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안의 근원을 탐구한다. 다른 계급에 속하지만, 각자의 이유를 가진 사람들의 표정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영화 상영 외에도 10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서교동에 위치한 키친 & 고다르에서 페스티벌카페를 운영한다. 독립영화인들이 영화제 기간에 모여 교류할 수 있는 페스티벌카페는 일반 관객들에게도 개방돼 독립영화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올 한해 독립영화계의 가장 뜨거운 화두를 다룰 세미나 ‘독립영화 제작지원의 현황과 대안’, 감독이 참여하는 ‘일일자원활동가’, 공식파티 ‘독립영화인의 밤’ 등 다채로운 행사도 마련된다.
12월9~17일 / 한국영상자료원(개막식)ㆍ상암CGV / 서울독립영화제 홍보팀 02-362-9513 / www.siff.or.kr
뉴스룸 = 이진욱 기자 jinuk@segye.com
- 기사입력 2010.12.06 (월) 10:24, 최종수정 2010.12.06 (월)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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