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데도 부동산 시장은 깊은 동면(冬眠)에 빠져있다. 주택 값이 떨어지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값이 내려도 아예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택거래의 실종은 부동산중개업소나 주택건설업계에 직접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이와 관련된 서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집이 팔리지 않아 새 집을 살 수도, 이사를 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중산층의 전세수요가 몰리고, 오른 전세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서민들은 월세로 밀려난다.
결국 부동산 시장 침체의 최종 피해자는 집 없는 서민들로 귀착된다. 대표적 서민업종인 부동산중개업이나 이사업, 주택수선 및 보수업체가 일감이 없어 손을 놀리는 것도 직·간접적으로 서민들의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만든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총선과 대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표와 직접 관련이 없는 사안엔 전혀 관심이 없다. 당장 코앞에 닥친 4월11일 총선에 신경 쓰느라 시급한 경제 현안들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있다. 그 중에 정치권이 득표 전략상 의도적으로 피해 가는 민생 현안도 있다. 부동산 시장 대책이 그렇다.
부동산 시장이 고사상태에 빠졌지만, 이를 해결하겠다고 나서는 정당은 없다. 노무현 정부 때 규제 보따리를 내놨던 야권은 물론 ‘부자 정당’ 이미지 벗기에 한창인 한나라당조차도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는 금기에 가깝다. 여당은 부동산 경기 침체를 ‘해결해야 할 과제’로 보지도 않는다.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통합당의 간사 최규성 의원은 “현재 부동산 상황이 경기 부양책이나 규제완화책을 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공연히 부동산 문제에 손을 대어서 ‘투기조장 세력’이라는 공격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국회에서 시장대책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법안들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2006년 도입된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이 지금 상황과 맞지 않으니 없애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 폐지안’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부담금을 절반으로 낮추는 절충안을 내놨지만 민주당은 “시행도 안 됐는데 개정은 성급하다”며 반대한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없앤 주택법 개정안도 지난 정기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도 ‘부자 증세론’에 밀려 좌초됐다.
하지만 기획재정위 나성린 의원(한나라당)은 “과거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을 때 만든 과도한 규제는 이제 풀 때가 됐다”고 말했다. 나 의원의 말대로 투기억제와 경기부양 사이에서 냉탕·온탕을 거듭해온 각종 규제정책은 차제에 확실하게 손을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추세적인 집값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주택투기의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 마당에 규제를 통한 부동산 경기조절 정책은 더 이상 실효성과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사실 정부는 과거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했던 각종 규제를 거의 다 풀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 완화책 역시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한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하다. 규제를 통한 부동산 정책의 완전 포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부가 언제든지 규제를 다시 강화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정책의 불확실성이 주택거래의 실수요를 가로막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주택정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주택거래가 살아나도록 하기 위해선 주택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주택정책의 목표를 주택가격의 등락이 아니라 주택수급의 안정으로 바꿔야 한다. 주택의 수급도 규제가 아닌 시장의 자율로 이뤄지도록 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그리고 보금자리주택처럼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정부 주도의 전시적 주택사업을 벌이지 않아야 한다. 무엇보다 주택분양가 상한제와 같은 인위적인 가격억제 정책을 폐기하고, 금융회사의 위험관리 목적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같은 금융규제를 획일적인 부동산 대책으로 동원해선 안된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정책을 포기하고 주택수급이 시장에서 자율로 이뤄진다는 믿음이 정착되면 주택거래는 자연스럽게 되살아날 수 있다. 그래서 주택거래의 활성화가 급선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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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2.02.20 (월) 10:01, 최종수정 2012.02.20 (월)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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