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동산 시장은 고래 싸움에 새우가 등터지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뉴타운과 재개발·재건축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의 문제를 놓고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와 서울시가 3개월 이상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이에 애꿎은 투자자와 실수요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국토부와 서울시가 작년 10월말 박원순 서울시장의 취임 이후 주택정책의 주요 사안마다 충돌하면서 서울 뉴타운, 재건축사업 지구의 향배가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은 사실상 ‘올 스톱’됐다.
한때 인기절정을 달리던 재개발 지역의 지분 가격은 크게 하락하고 있다. 재개발 사업지구의 조합들이 전체적인 사업 방향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사업 자체가 차질을 빚고 있으며, 주택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지면서 전셋값도 계속 상승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 등 수도권 주택정책의 실무자들이 최근 정부 과천청사에서 ‘주택정책협의회’를 열고 전체적인 주택공급 확대에는 의견을 같이했지만,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른 매몰비용 국고지원 등에 대해선 이견만 확인했다.
오히려 국토부와 서울시의 주택정책 최우선 순위는 ‘시장 안정’인데 서로 몰아붙이기만 하고 있다. 거기다 국토부와 서울시의 주택정책 충돌에 정치권이 가세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주택시장 안정과 활성화를 추구하는 정부의 입장과 주거복지와 공공성을 강조한 새로운 정책으로 주택시장을 바꾸려는 서울시의 입장이 충돌하면서 평행선을 긋고 있다. 국토부는 그동안 추진해 왔던 재개발·재건축사업 등 도시재정비 사업으로 주택 공급은 물론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되살리려고 애쓰고 있다.
반면 기존 정책의 틀에서 벗어나 임대 및 소형주택 공급 등 서민 주거복지에 집중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입장이다. 특히 서울의 주택 공급 물량, 공급 방식과 뉴타운 매몰 비용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시는 연평균 2만2000가구의 주택 공급을 주장했지만, 국토부는 연간 3만가구의 공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 방식도 국토부는 택지 부족 등의 현실을 고려해 재정비 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정비사업뿐만 아니라 보금자리주택, 다세대·다가구주택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러한 서울시 입장의 기저에는 박 시장의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른 매몰 비용 등의 재원 부담을 누가 할 것인가가 깔려 있다. 더불어 서울시에서 발표한 재건축사업 지구 소형의무비율 확대, 국민주택 규모 축소 등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부정적이거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토부와 서울시가 갈등하는 사이에 주택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재개발 지역 지분값은 추락하고, 매매거래의 실종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재건축사업 조합들은 구체적인 사업 방식이나 주택면적의 비율 등을 결정짓지 못하고 있는데다 일부에서는 사업의 포기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뉴타운 매몰비용의 분담, 재건축사업 소형 의무비율, 재개발 임대주택 확대 등 핵심 사안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날지 모르기 때문에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조합은 물론 투자자, 매매대기 수요자, 분양 대기자)만 피해를 보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에 따른 여파로 주택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고 결국 실수요·투자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 여파는 당장 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박 시장의 취임 100일 동안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의 집값은 속락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심각하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작년 10월말 대비 2월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월16일 현재 0.87%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가격 하락률 0.34%보다 훨씬 큰 하락률이다.박 시장 취임 이후 서울의 아파트값 내림세를 주도한 지역은 강남4구였다. 이 기간에 강남구 1.75%, 송파구 1.32%, 강동구 1.23%, 서초구는 1.01% 각각 떨어졌다.
서울은 택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해마다 주택 멸실에 따른 이주와 결혼 등으로 생기는 3만 가구 이상의 신규주택 수요를 재개발·재건축 사업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국토부와 서울시는 주거 공공성과 주택시장 안정에 대한 합의점을 빨리 찾는 것만이 안정적인 주택공급의 해법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의의 투자·수요자들에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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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2.02.24 (금) 13:49, 최종수정 2012.02.24 (금)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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