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일본을 방문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쿄의 친환경 임대주택단지를 둘러봤다. 박 시장은 국토교통성과 도쿄 세타카야구 후카자와 지역의 ‘환경공생임대주택단지’를 차례로 방문해 일본의 방재·임대주택 정책의 현장을 살펴봤다. 도쿄 남동쪽에 위치한 환경공생임대주택단지는 1952년 만들어진 뒤 1997년 재개발을 거친 곳으로 생태서식지 조성, 옥상과 벽면 녹지화, 태양광 발전 등 친환경 기법이 도입된 대표적인 주거단지다.
재개발 당시 19가구가 살며 오랜 자치회 활동으로 친밀한 공동체가 형성돼 있던 이 단지는 고령자주택 17호와 장애자용 주택 3호를 포함해 70가구가 살 수 있는 생태주거단지로 재탄생했다. 단지는 지역 노인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고 경계가 되는 담장을 없애 기존 지역 주민들과의 갈등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 시장은 이곳에서 얻은 힌트를 서울시 공공임대주택·민간주택 재개발 정책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벤치마킹한 서울시 임대정책의 방향을 엿볼 수 있다. 국토해양부와 토지주택공사(LH)가 지원하는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이 2월16일을 기준으로 정원 9000명 가운데 절반 정도인 4400여명이 계약을 완료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제도는 정부가 국민주택기금을 이용해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대상으로 최대 7000만원까지 전세금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학생이 인근에 거주할 주택을 물색하면 LH에서 주택 소유자와 전세 계약을 대신 체결한 뒤 학생에게 재임대해 준다. 서울시는 최근 전세 세입자를 위한 장기안심주택제도를 내놨다. 전용면적 60㎡ 이하, 전세금 1억5000만원 이하 주택에 한해 전세보증금을 최대 30%까지 무이자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기존 국토부의 전세임대 자금지원보다 금액 규모는 작지만 이자 부담이 없어 세입자들의 관심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무주택자가 전세물건을 찾아 SH공사에 신청하면 권리분석을 통해 소유자와 계약한 후 다시 입주대상자와 전대차계약을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진행되는 임대지원 정책을 보면 임대주택의 신규 공급과는 별도로 기존 주택을 활용해 임대물건을 확보하고 무주택자나 저소득층 세입자를 연결해주는 방식이 눈에 띈다. 빠르게 임대물건을 시장에 공급하고 동시에 세입자에게는 전세보증금을 낮춰주는 역할을 하는 데다 LH나 SH와 계약하는 방식이기에 안전성도 보장받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보완해야 할 문제점도 있다. 대학생 전세임대주택은 입주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학교 근처에서 조건에 맞는 전세물건을 찾지 못해 애를 먹는가 하면 권리분석 등 계약과정을 거치는 동안 전세물건이 다른 일반 계약자에게 넘어가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의 장기안심주택제도 역시 무이자 전세보증금 지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세입자에게는 유리하지만 물건을 내놓을 집주인 입장에서 뚜렷한 메리트가 없다면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보다 쉽게 거래할 수 있는 일반 계약을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개강이나 입사 시즌, 이사철 같은 전세수요가 겹치는 시기를 피할 수 있도록 대상자 선정과 입주 시기 등을 조정하고 입주대상자가 원하는 물건을 찾아서 신청하는 방법 외에 미리 물건을 확보하고 연결해 주는 방식을 보완하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입주를 앞둔 등기 전의 물건이라도 미리 안정성을 확보해 전세물건을 선점하거나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세물건의 여유가 있는 곳은 정보를 널리 제공하고 세입자와 연결해줄 수 있다면 그야말로 효과적인 제도로 발전할 수 있다. 부동산은 정책에 좌우되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 변화를 잘 알고 대처해야 재테크에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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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12.03.09 (금) 18:30, 최종수정 2012.03.09 (금)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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