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代議)정치 체제에서 국가적 난제의 중재자는 국회이다. 국회의 본령이 무겁고 큰 배경이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직이 중요한 연유이기도 하다.
제19대 총선이 막을 내렸다. 민의는 겸허히 수렴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152석으로 과반 턱걸이에 성공했다. ‘신승(辛勝)’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당초 예상보다 성적이 좋다고 하지만 새누리당은 4년 전 한나라당 시절만 해도 153석에다 영입 등을 통해 180여석을 가졌던 점을 고려한다면 승리를 마냥 기뻐할 일만도 아니다. 상대적으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의 약진이 무게감 있어 보인다.
앞으로의 국정에 우려가 크지 않을 수 없다. 여권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위상 강화로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을 심화시키고 대선 정국이 조기에 부상할 수 있다. 야권은 총선 결과를 유의미하게 해석하면서 정국 주도권 잡기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제주해군기지 건설 등 국가적 과제들에 대한 수정 내지 폐기를 위한 압박을 시작할 것이다.
‘황금비율’로써 냉온 중첩 의미 띤 19대 총선
특히, 야권은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한 청문회와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비롯한 각종 권력형 게이트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를 촉구하며 파상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자연 새 국회의원들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국민 걱정이 크다. 당선자들에게 몇 가지 당부하고자 한다. 국민 여망에 부응해 과거와 달라진 국회상을 보여 줄 책임이 막중함을 깊이 인식하길 바란다. 여야가 당리당략보다 국태민안을 먼저 생각해야 함을 환기시키고자 한다. 국회의원은 단순 지역 대표자가 아니다. 지역민과 소속 정당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국리민복보다 앞설 수는 없지 않겠는가.
여야의 상생 정치 필요성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정치는 그동안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이분법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로섬 게임의 구습은 이제 벗어 던지자. 여당이 국회를 일방적으로 끌고 가거나, 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강경투쟁을 일삼는 행태도 사라져야 한다. 정부·여당은 야당을 진정한 국정의 파트너로 여겨야 하며, 야권은 여권을 비판하면서도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기조에서라면 각종 민생법안 등을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터이다. 18대 국회는 반면교사다. 당리당략에 매몰돼 화급히 처리했어야 할 민생법안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폐기된 게 어디 한두 건인가. 임기 내내 불특정 현역 의원을 향한 국민의 ‘혐오’는 필연적 이유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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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은 냉온(冷溫)의 중첩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높지 않은 투표율 속에서도 유권자들이 던진 표의 ‘황금비율’은 우리 정치를 직시하는 국민들의 저력과 예리함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몸싸움 등 불법·불미한 폐습은 이제 버려야
여야 의원들은 국민과 한 약속, 공약을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실천을 중시하는 국회상을 정립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 것은 여야가 겉으로는 민생이나 국민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는 정당이나 정파 이익을 앞세워 왔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아니라 정치인을 위한 정치를 해 왔던 것이다.
한자 정성 성(誠)자의 의미를 깊이 상고하길 권한다. 지극 정성을 다하면 가정이나 기업, 국가대사 어디에서나 인정받고 발전할 것이다. 정성 성자는 말씀 언(言) 변에 이룰 성(成)자가 합해져서 만들어졌잖은가.
그렇다. 법을 제·개정하는 입법기관답게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주길 거듭 당부한다. 한국 의정사에 쟁점 없는 무풍(無風) 국회는 존재한 적이 없다. 매번 임기 초부터 여야가 힘겨루기를 일삼는 바람에 의사당은 몇 개월간 먼지만 쌓이기 일쑤였다. 의장단과 상임위원장 자리 등을 놓고 다투다 첫해 늦가을이 다되도록 개원식을 치르지 못하기도 했다. 차라리 없느니보다 못한 작태였다. 그런 꼴은 보기 싫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국회의원 총선거 후 최초의 임시회’ 날짜를 못 박은 국회법 제5조 3항에 담겨 있다.
불법·불미한 폐습은 이제 버릴 때도 됐다. 헌법과 국회법을 준수하면 몸싸움, 파행, 날치기 통과 등 구태는 자연 사라질 것이다. 19대 국회의원 300명 모두 알찬 의정활동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아 의정사에 길이 빛나길 기대하는 바 크다.
- 기사입력 2012.04.13 (금) 13:36, 최종수정 2012.04.13 (금)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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