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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소설가 |
중국은 밀로스 비르트르칠 체코 상원의장이 8월 30일 대만을 방문했으며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도 만날 예정인 것에 대해 “대만 독립 세력과 분열 활동을 공공연히 지지하는 것으로 중국의 주권을 심각히 침해했으며 중국 내정에 난폭하게 간섭했다. 중국은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국가 주권과 영토 보전을 수호하려는 14억 중국 인민의 의지와 결심을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하며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얼핏 보기에도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다. 대만은 비록 외부에서는 대만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엄연히 중회민국이라는 주권국가다. 아직 중국과 통일이 된 것도 아니고 자체적으로 외교·안보를 영위하며 주권을 행사하는 국가인데, 체코 역시 같은 주권국가로 상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고 총통을 만난다는 것에 대해 중국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한 것은 오히려 중국이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은 중국계 호주인이자 중국 관영 CCTV의 영어방송 채널 CGTN의 유명 앵커인 청 레이(49)를 구금했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무슨 잘못이 있는 것도 아니다. 호주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국제적인 조사를 강력히 주장하고, 홍콩 국가보안법 문제를 공식적으로 반대하는 등의 반 중국정책을 펼치면서 악화일로를 걸어온 것에 대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청레이를 구금한 것은 물론 호주산 소고기 등에 대해 수입을 제한·중단한 데에 이어 자국 학생들에게 호주 유학 자제까지 권고했다. 이런 중국에 대응해 호주는 국공립대 내 중국 스파이 색출로 맞불을 놨다. 이에 대해 중국은 “호주가 중국 정부의 인재 영입 프로젝트인 ‘천인계획’에 따라 포섭된 학자들이 있는지를 우선 조사하기로 했지만, 천인계획은 민간의 정당한 인재 영입 활동인데도 미국이 이를 스파이 활동으로 규정했고, 호주가 이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얼핏 보기에는 서로 관점이 다르고 오로지 중국과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만이 일치하는 것 같다. 그러나 실질적인 내용을 보면 바로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이 사건들을 통해서 투영되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대만에 대한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만과의 경제교류를 활발히 늘려가는 것은 물론 무기를 판매하는 등의 대중국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중국을 외치고 있는 중국에게는 민감한 문제인 대만 문제에 체코 상원의장이 깃발을 꽂은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미국의 전위대로서의 행동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희한하게도 미국이 버렸던 대만이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 중에서도 제1순위가 된 것이다. 국제관계에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호주는 중국의 커다란 치부인 코로나19의 발상지를 국제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들고 나왔을 뿐만 아니라 홍콩 국가보안법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그렇지 않아도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를 우환폐렴이라고 공공연히 떠들고 다니는 바람에 중국으로서는 속이 뒤틀리는 판인데 호주에서 그 발상지인 우환을 국제적으로 조사하자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홍콩의 국가보안법에 반대하는 조치로 각종경제제재를 가해 오는 와중에, 호주가 똑같은 주장을 하니까 중국이 대응책으로 앵커를 구금한 것이다. 그러자 그에 대한 대처 방법 역시 스파이 색출이라는 미국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니, 이것 역시 미국을 대신해서 벌이는 일이라고 판단한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서 ‘호주가 중국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는 엄연히 미국이 일본을 주축으로 삼고 인도와 호주를 중심으로 벌이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심국이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아시아에서의 중국 패권을 방지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불안을 애초에 제거하려는 전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 우리나라의 지원을 본격적으로 요청하기도 했었다. 다시 말하자면 중국이 벌이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정책을 무력화시킴으로써 아시아에서 중국이 맹주로 자리잡는 것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소설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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