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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생활필수품을 말하는 것이다. 재래시장이나 마트에서 전에 장 보던 단가와 비교할 때, 눈 뜨면 오른다는 말이 실감 난다. 한동안 부동산 가격이 오르더니 그게 고스란히 장바구니 물가로 내려앉았다.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 임대료가 오르게 되고 임대료는 가격에 반영이 되니 당연히 물가는 오르는데, 부동산 가격이 2~3배씩 치솟았으니 가히 상상이 가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부는 초과 세수 걷히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기뻐하는지 물가 잡을 생각은 하지도 않는 것 같다. 하기야 이건 이미 부동산 가격이 들썩일 때 조치했어야 할 일인데, 부동산 가격 잡는 것부터 방향을 잘 못 잡았으니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경제라는 것은 순환이다. 보편적인 생필품 하나가 오르면 다른 하나가 따라서 오르게 된다. 호황일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지금은 코로나19라는 대재앙으로 인해서 자영업자는 물론 소상공인 모두가 몰락하기 일보 직전으로, 소비는 위축될 대로 위축되어 경제활동 자체가 걱정되는 상황인데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사치품이라면 안 쓰면 그만이지만 이건 먹고 살아야 하는 물가로 먹고살기 힘들다는 말이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 공무원과 국영기업 등 백성들 세금으로 봉급 받는 이들과 일부 대기업 종사자들은 피부에 와 닿는지 모르겠지만, 백성들에게 가장 심한 경제적 고통을 안겨줄 스태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닌 것 같다.
솔직히 그것은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때 알았어야 했고, 그때 비상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세금 부과와 대출 억제로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 했고, 부동산 가격 오름세가 주춤해지자 성공했다고 자평하기 시작했다.
이미 두세배로 뛴 부동산 가격이 내릴 생각도 하지 않고 잠시 주춤했을 뿐인데 말이다. 실패라는 단어조차 생각하지 못한 우둔함이 백성들을 스태그플레이션의 구렁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았는지 답답하기만 하다.
코로나19를 K방역이 잘 통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다가 왕창 터지면서 K방역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아니 방역이라는 글자조차 무색해질 정도인데도 K방역 실패라고 하면, 그동안 방역에 고생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물론 백성들을 무시하는 행위라든가 뭐 그런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하루에 60만 감염을 보면서도 어떻게 성공한 방역이라고 말하라는 것인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아전인수(我田引水)라는 말이 있다. 자기 논에 물을 댄다는 뜻으로, 남이 뭐라고 하던 제 논에 물을 댔으니까 신경 쓸 바 없다는 뜻이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지 간에 자기 위주로 편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뜻이다. 얼핏 생각하면 편안하게 사는 것 같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망쪼들기에 딱 맞는 사고방식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 경제 현실과 팬데믹에 대한 조처가 혹시라도 아전인수격은 아니었는지 깊이 성찰해 볼 문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비롯한 가장 평범하고 힘없는 백성들이 피눈물을 흘리면서 방역지침을 준수하려고 노력했던 그 노고를 폄하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고통을 안겨 주고도 실패한 방역을 질책하는 것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그런 와중에도 신구세력의 힘겨루기인지 아니면 밥그릇 싸움인지는 여전하다. 바로 얼마 전에 허심탄회하게 만나자고 해서 만나 놓고는 뒤돌아서서는 또 싸운다. 서로 얼마나 큰 딜을 위해서 표면에는 공직자 자리,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등 첩첩산중의 난제들을 내놓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백성들이 보기에는 영 찝찝하고 투명해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만 보더라도 단순히 일을 잘해보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청와대에서 나오겠다는 공약을 지키겠다는데, 그 공약 때문에 선택한 백성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공약을 모두 지키지도 못하겠지만, 반대로 백성들 역시 그 공약 모두를 동의하고 추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공연히 연장 탓하며 그렇지 않아도 힘든 시절에 세금 축내지 말고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을 백성들은 바라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신구세력의 갈등이, 그들은 정치를 잘하기 위해서라고 할지 모르지만, 백성들 보기에는 그저 한심하게 보일 뿐이다. 입으로는 화합을 외치면서도 정치인들이 먼저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언제까지 백성들을 갈라치기할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
선택받은 정치인들은 백성들이 선택한 이유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호수에 비친 자기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답다는 자아도취에 젖어 결국 호수에 뛰어들어 빠져 죽은,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Narcissos) 이야기에서 유래한 나르시즘에 젖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또 다른 아전인수격 행위를 저지름으로써, 백성들은 또다시 아직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정부를 겪으면서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어려운 현실을 감수하며 힘들게 살아가게 될 뿐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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