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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법을 집행하거나 집행을 보좌하는 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법을 지키는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하는데, 돈이나 권력 앞에서 법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방법을 알려주거나 법망을 우회해서 넘어가는 방법을 알려 준다.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을 위해서 변호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의 맹점을 이용한 변호를 해서 죄인이 석방되도록, 돈과 권력 앞에 법이 간직하고 있는 정의를 판다.
의사가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부패한 돈과 권력 앞에서 병보석으로 빵을 탈출하는 방법을 팔아먹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게 되면 법을 통한 정의 실현은 물 건너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치 역시 새롭고 희망찬 곳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고, 과거 정부들은 이랬는데 그에 비하면 우리가 그래도 낫다고 자화자찬하는 식으로 넘어가려 한다면, 정치가 백성들에게 아무런 희망을 가져다줄 수 없고 백성들이 학수고대하는 사회정의 실현은 요원해지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새 정부가 들어 선지도 머지않아 100일이다. 100일이 지나면 그래도 뭔가 달라져도 달라지고 바뀌어도 바뀔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도 무언가 영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백성들은 문재인 정부보다 더 나은 정부가 되라고 정권교체를 선택한 것이다. 전 정부도 그랬는데 아무 말 없다가 우리가 그러니까 왜 문제 삼냐는 식으로 변명하기 급급한 정부를 원한 것이 아니다. 전 정부가 이렇게 한 것이 잘못되었으므로 우리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혁신된 모습을 원하는 것이 백성들이다.
요즈음에는 삼류 영화에도 등장하지 않는, 도덕적 패륜아들이 저지르는 불륜을 가지고 비교하는 ‘내로남불’이라는 천박하기 그지없는 단어나 사사건건 써가면서 변명하는 정권을 선택한 것이 아니다.
가장 간단한 예를 들자면, 대통령 전용기에 공적 업무가 아닌 사적 민간인이 탑승한 것을 가지고 먼저 정부에서도 그랬다며 증거 사진을 내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주먹구구식도 아니고, 그저 잘 아는 사람들로 만든 철옹성 같은 벽을 쳐 놓으면 그게 잘하는 정치가 아니다. 정말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하려면 그 벽을 허물어야 한다. 누구를 뽑을 것인지는 인사권자의 마음이지만,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지는 백성들의 눈높이와 맞아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권을 잡았으니 국회 소수당이라는 생각을 잊은 것인지 아니면 2년 후에 또 소수당이 되어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권교체를 하자마자 벌이는 행각들이 백성들 눈에는 권력다툼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나름대로는 잘해 보려는 의지의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밖에서 볼 때는 그렇게 보이지를 않는다. 대통령 만든 측근들이 누가 더 힘이 센지 겨루기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권력과 돈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갖고 싶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권력의 그늘에도 못 앉아 보았으니 그 말을 그대로 곧이들을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과거 독재정권 때나 언론이 제구실을 못 할 때와 다르게, 지금은 권력을 더 움켜쥐려고 하는 그 모습이 백성들에게 그대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백성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권력을 주어도 되는 사람인지 아닌지 나름대로 판단한다. 그 판단이 표로 이어지는 것이다. 물론 죽어도 같이 죽겠다는 소위 적극 지지층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민심이 그렇게 형성되는 것은 정치하는 이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백성들이야말로 정치인들이 벌인 행각에 대한 거울이다. 그리고 그 거울은 표로 모든 것을 답한다. 학연이나 지연 같은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보고 판단한 그대로를 선택의 표로 옮기는 백성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이 나라는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문턱에 다가가는 것이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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