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윤정규 대기자 |
◆중국1위 부동산업체 디폴트 세계금융시장 충격
세계증시도 출렁거렸다. 미국 다우지수는 1.02%. S&P500지수는 1.16%하락했다. 영국 FTSE지수는 1.57%하락했다.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장세를 보였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82%,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1.46%하락 마감됐다. 이날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장중 달러 당 7.29 위안으로 1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부동산투자 부실의 ‘차이나 쇼크’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음이 입증된 셈이다.
디폴트를 유발한 중국의 부동산 개발업체는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과 중국 국유 부동산 신탁회사 위안양(시노오션) 등 2개 업체다. 특히 비구이위안은 중국에서 부동산 매출 1위 업체다.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두곳이 잇달아 위기에 빠지자 유명 부동산 신탁회사 중룽(中融)국제신탁이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는 등 중국 부동산 위기가 날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중국판 리먼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원화 가치 하락은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 1일 미국 국가 신용 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인하한 게 배경이 되고 있다. 금융 시장에 악재가 발생하면 일단 달러화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데다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이 이어진 것도 강 달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 경제 경고등에 원화 가치도 하락
중국 경기에 경고등이 켜진 것도 달러 대비 원화값을 떨군 요인이 됐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 부진 및 부동산 위기 대응을 위해 지난 15일 단기 정책금리인 7일물 역레포(역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1.8%로, 1년 만기 중기 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각각 0.1%포인트와 0.1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 하락으로 직결되면서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문제는 글로벌시장에 돌발 변수가 생길 때마다 유독 원화값만 더 출렁거린다는 점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달러 대비 원화값은 한 달 전 같은 날과 비교해 4.4% 떨어졌다. 일본 엔(-2.3%), 중국 위안(-1.9%)보다 낙폭이 크다.
한 경제전문가는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원인도 있지만, 수출 부진 여파로 경상수지가 악화하면 환율 변동성도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 1800조, 소상공인 부채 1000조, PF 위험부채 300조
‘9월 위기설’까지 나돌고 있는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안전한가 곱십어 보아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1800조원에 이르며, 제2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금융기관이 사업의 미래가치 및 신용도를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기법) 대출액이 300조원에 달하며, 이중 상환능력이 부족한 PF 규모가 14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뿐만 아니다. 브릿지론 대출(아파트 건설 전 주택조합 등에서 땅을 담보로 빌리는 자금)도 21조원에 달하고, 7월말 현재 카드 부실채권액이 1조7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브릿지론의 경우 이자율이 높다. 작년 초 만해도 이자율은 한자릿수 였지만 지금은 이자율이 급격히 높아져 10%가 넘는다. 대출수수료까지 더하면 20%가 넘는 경우도 있다. 상환 만기가 9월로 몰려 있다. 또 26개 증권사의 브릿지론 상환 잔액이 9조 1000억원 인데, 상환 만기가 올 12월 말까지다. 문제는 부동산 경기회복이 더뎌 부실채권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위기의 뇌관은 은행권의 부동산 담보 대출이 풀리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9월부터 코로나 대출 청구서 날아 온다
코로나19 때 지원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대출 상환청구서가 오는 9월 일제히 발부된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났던 2020년 초에 정부는 코로나 확산으로 자금난에 처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 그동안 대출 원금 만기를 연장하고 원금 및 이자 상환을 유예했다. 유예 조치는 5차례 연장됐고, 빚 상환유예는 이제 9월을 마지막으로 종료 된다.
코로나 대출 잔액은 대략 14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만 코로나 이후 만기연장·상환유예 한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4월 말 기준으로 36조6205억원(25만9,594건)이며, 만기연장 대출 잔액이 34조8134억원(21만4,326건)에 이른다. 만기 연장액이 많은 이유는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는 반증이다. 현재 자영업자, 소상공인 대출뿐만 아니라 각종 대출, 카드 등의 연체율은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고, 고금리가 연일 계속되자 연체율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상환만기가 도래하는 ‘9월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 5월 16일 소상공인연합회는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 대출 상환유예 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에 대출 상환 시기를 좀 더 유예해달라는 간절한 호소였다.
◆전문가 정치권 ‘9월 위기설’심각하다 우려
전문가, 정치권에서도 ‘9월 위기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고금리 기조에서 취약차주의 상환 부담을 덜기 위해 정부와 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과 한국경제TV가 '역대급 위기 경제·금융 안정 해법과 과제-경제뇌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고 등 부실의 늪 해법은?'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사에서 "우리 경제의 불안요소로 자리잡은 부동산PF 연체율과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를 위한 과제, 역전세난을 비롯한 가계부채 점검과 방안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최재형 의원은 "새마을금고 뱅크런, 부동산PF 사태 등 금융위기 조짐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한국경제는 조금만 방심하면 타오르는 불쏘시개가 산적한 상황"이라며 "초기 불씨를 못 잡으면 큰 불로 번진다. 정부의 선제적인 위기대응 능력이 중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최근의 금융권 연체율 상승은 지난해 이후의 금리상승, 경기둔화, 부동산시장 침체 영향이 가시화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9월부터 코로나19 상환유예 여신의 상환이 개시되면 연체율 상승세가 지속할 수 있으며, 최근 은행권 대출 증가를 주도하는 기업대출도 기업실적 악화로 연체율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의 충언이 귓전에 오래 머문다. 은행은 예대 마진을 바탕으로 역대급 순이익을 달성하는데 서민은 신음하고 있다며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어 조 회장은 "가계대출 대부분은 은행권이 만들었는데 위험부담능력이 없는 비은행권이 가장 큰 위험부담을 하고 있다며 가장 취약한 금융기관이 모든 리스크를 지는 왜곡된 구조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꿔 말하면 리스크 부담 능력에 맞게 규제를 합리화하는 금융시스템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부동산발 리스크를 반면교사로 삼아 ‘9월 위기설’이 설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년실업률 증가, 수출 부진, 물가고에 시달리는 국민을 더 이상 절벽으로 내몰아서는 안된다.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