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청년원가주택’ ‘역세권 첫 집’ 50만채, 시세 70%
이해관계 얽히고 설킨 재건축·재개발 사업법 개정 등 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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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영 칼럼니스트. |
내년부터 5년간 서울에만 50만 가구를 공급한다. 이를 위해 재건축 평가항목에서 안전진단 비중을 최대 30%로 낮추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부담금 기준 상향과 감면 혜택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손본다. 정부는 민간의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활성화해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데 역점을 뒀다. 공급 물량 270만 가구 중 약 68%를 민간이 맡는다. 우선 5년간 신규 정비구역 지정을 확대해 전국에 22만 가구 이상을 공급한다. 서울에선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10만 가구 이상을 확보한다.
◆ 청년원가 주택-역세권 첫집 50만 가구 공급
여기에다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의 걸림돌로 꼽힌 구조안전성 비중을 현행 50%에서 30~40%로 낮추고 지방자치단체가 탄력적으로 평가항목을 조정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재건축을 가로막는 초과이익환수제는 현행 3000만원 이하인 부담금 면제 기준을 상향하고 1주택·고령자나 임대주택 기여 사업장에 감면 혜택을 주는 방안을 9월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15만 가구 규모의 우수공공택지를 새로 발굴해 10월부터 발표하고 시세의 70% 이하로 분양하는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도 50만 가구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시세의 70% 수준으로 5년간 전국에 50만 가구를 공급하는 계획이다. 또 분양가의 반값에 입주해 최장 10년을 임대해 살다가 추후 분양 여부를 결정하는 새로운 민간분양 모델 ‘내 집 마련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주택’도 연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새로운 분양모델 리츠 주택 관심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8·16공급대책을 발표하며 “내 집 마련을 위한 주거 상향 계단을 촘촘히 만들어 끊긴 주거 사다리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임대’와 완성하는 ‘분양’의 중간 단계를 만들어 내 집 마련의 진입장벽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유형을 하나로 통합할 방침이라고 이날 밝혔다. 시세의 70% 이하로 분양을 받은 뒤 5년간 의무거주 기간이 끝나면 주택을 공공에 팔 수 있다. 이때 시세 차익의 70%는 입주민이, 나머지는 공공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기존 청년원가주택과 유사한 공급 방식이다.
총 50만 채 내외로 계획된 공급 물량은 주로 역세권과 산업시설 배후지 등에서 집중적으로 공급한다. 특히 3기 신도시와 도심 국공유지 등 공공주택지구 주택공급 물량의 30% 이상과 역세권 정비사업의 기부채납 물량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기존 ‘역세권 첫 집’ 방식을 따랐다. 서울시의 토지임대부 주택(고덕강일지구 약 850채 등)이나 도시재생 혁신지구(용산역 330채 등) 물량도 적극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
◆40년 이상 장기대출 저금리 적용
공급 대상은 청년(19∼39세)과 신혼부부(결혼 7년 이내),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 등이다. 소득 요건 등은 추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 매입자금은 40년 이상의 장기 대출을 저금리로 실행하는 금융 지원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구체적인 내용은 9월 중 별도 발표한다”고 밝혔다.
리츠주택의 경우 입주 시 분양가의 절반을 보증금으로 내고, 나머지는 분양 전환할 때 감정가로 납부한다. 분양가 5억 원인 주택에 입주할 경우 2억5000만 원을 보증금으로 납부하고, 분양 전환할 때 감정가격이 10억 원으로 올랐어도 절반인 5억 원만 추가로 내는 식이다. 분양을 선택하지 않을 경우 입주 때 냈던 보증금은 돌려받는다. 국토부는 이때 임대로 거주한 기간을 청약 가입기간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10년 공공임대 방식이나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은 분양 전환할 때 해당 시점의 분양가 100%를 내야 해 부담이 컸는데, ‘내 집 마련 리츠 주택’은 이 부담을 절반 이하로 낮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올해 안에 시범 사업을 추진하고, 향후 시장 반응에 따라 공급 물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공급 대상은 무주택 서민을 원칙으로 하되, 소득 기준은 청년원가주택보다 높게 설정할 예정이다.
공공임대주택의 품질 향상 방안도 포함됐다. 3기 신도시 등 신규 공공임대주택의 면적 기준을 49.5m²(15평)에서 56.1m²(17평)로 확대한다. 기존 공공임대주택 중 노후한 곳은 연내 리모델링 계획을 수립하고,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영구임대주택은 생활 사회간접자본(SOC)과 상업시설이 복합된 단지로 재정비할 방침이다.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청년원가주택’이나 ‘내 집 마련 리츠 주택’이 청년들과 무주택 서민들에게 ‘징검다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김일환 부동산 박사(세무사)는 “지금 시장은 임대료가 높고 주택 가격은 더 뛰어서 진입장벽이 높은데, ‘청년원가주택’과 ‘내 집 마련 리츠 주택’이 이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이미 집값이 많이 뛴 상황에서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한다고 해도 청년들이 획기적인 대출 지원 없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270만 채 공급 물량 채우려 시장 흔드는 일 없어야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8.16 주거 안정대책’의 핵심은 수도권 집값 안정 및 서민층과 청년들에게 반값의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는데 방점을 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도를 바꾸고 법을 보완 수정해야 한다. 갈 길은 먼데 시일은 촉박하다.
향후 5년간 서울에만 50만 공급한다는 것은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의 도심복합사업이 활성화돼야 가능한 일이다. 통상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기존 입주민들의 이해관계에 얽히고 설켜 빨라야 10년이 걸려서야 성공할까 말까다. 길게는 15년~20년이 걸린다.
이번 부동산 대책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지난 5년간 공급된 32만 가구보다 56% 많은 50만 가구의 주택 공급이 5년 안에 이뤄져야 한다. 현재 171만 채인 서울 공동주택의 30%를 재건축·재개발, 고밀 도심개발 등을 통해 공급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규제를 완화하고, 각종 절차를 압축해 속도를 높인다 해도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또 재건축 부담금을 완화하려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 가능성도 불투명하다.
실현 가능성만큼이나 우려되는 건 정부가 주택 공급 목표를 채우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게 되면 부작용이 따른다. 현재 서울의 집값은 11주 연속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출금리가 급격히 오른 영향 때문이다. 이번 공급대책이 현실화하는 내년 이후 시장 여건이 달라지면 부동산 불안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정부는 국민이 원하는 곳에, 원하는 품질의 주거를 확충하면서도 수요를 지나치게 자극해 집값이 폭락하는 부작용을 낳게 해서는 안 된다.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려면 정책의 완급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도 통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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