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국회직원·의원비서관들의 ‘육탄방어’를 ‘계엄군 폭행 가해자’로 규정
본인의 ‘무능·정치력 부족’ 사과 없이 오로지 야당 탓만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으로 만들어낸 체포”
정청래와 설전도 “줄탄핵·예산·입법 폭거가 국회 권한?...비상계엄은 대통령 권한” 되받아
헌재 변론, 편파방송하는 '유튜브 방송 토론' 쯤으로 착각하는 듯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윤석열(내란죄 피고인) 대통령이 그동안의 ‘야당 탓’ 억지 주장을 뛰어넘어 이제는 ‘시민 탓’까지 하는 지경에 도달했다.
윤 대통령은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 발언권을 얻은 뒤 “비상계엄 당시 군인이 시민을 공격하지 않았다”며 “경비 질서를 유지하러 간 군인이 오히려 시민에게 폭행당하는 상황이었다”라고 억지 항변을 이어갔다.
계엄군의 국회 봉쇄 및 장악을 저지하려던 서울시민·국회사무처직원·의원비서관들의 ‘육탄방어’를 ‘시민들의 군인 폭행’으로 규정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말은 앞뒤 전후상황, 논리성은 아랑곳하지 않는듯한 특유의 필요 단어만 도입, 사용하는 ‘묻지마 항변’의 전형을 보여준다.
우선 윤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가 없었다면, 추운 동절기 심야에 시민 수만명이 국회의사당으로 몰려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신의 유튜브 망상에 의한 비상계엄 선포가 없었고, ‘정치인 활동금지’ 등의 내용이 담긴 위법한 포고령 발표가 없었다면 국회의원들이 심야에 담을 넘어 국회 본회의장으로 출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특히 “경비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국회로 갔다”라는 말 자제가 가장 황당한 발언이다.
아닌 밤중에 국회의장이 요청하지도 않았고 지극히 평온한 상태의 국회에 전쟁 시 적진 한복판에 투입되어야 하는 대한민국 최정예 특전사령부 예하의 완전무장한 707특수임무단 수백명을 국회에 왜 보냈는가에 대한 단 한마디 설명이 지금까지 없는 상황이다.
"경고성 비상계엄이었다"라고 한 구차한 변명은 국민과 헌법재판소, 국회, 검·경·공수처 등 수사기관들을 우롱하는 발언에 다름아니다.
또 헌법과 법률상 ‘비상계엄 해제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의 국회 출석을 경찰력을 동원해 막은 것에 대한 해명도 단 한 마디가 없다.
윤 대통령은 이날 헌재 변론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건 탄핵소추위원단과 민주당이 ‘내란 프레임’으로 만든 체포이고, 누군가를 끌어내는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다시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윤 대통령 주장과 달리 비상계엄령 실행을 주도한 핵심 인물들은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연행 지시를 인정했다.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은 지난 6일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아직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다. 빨리 국회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밖으로 끄집어내라. 대통령의 워딩은 딱 그 세 줄이었다”라고 증언한 바 있다.
또 헌재 탄핵심판 증인석에서는 말을 아꼈던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도 이전의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업고 나오라고 해라.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진술한 사실이 확인됐고, 진술조서 말미에 본인의 자필서명도 돼 있다.

검찰특수본의 윤 대통령 공소장엔 그가 계엄 선포 직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전화해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고 말한 것도 기재돼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비상계엄을 선포하게 된 책임은 야당에 있다’는 취지로 강변하면서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을 맡은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과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취임 전부터 민주당과 야권에서 선제 탄핵을 주장하면서 계엄 선포 전까지 무려 178회 퇴진과 탄핵 요구를 했다”며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해서 뭔가 해보려 한 건데 문명국가에서 보지 못한 줄탄핵은 대단히 악의적이다. 정권을 파괴시키는게 목표라고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었다”라고 목청을 높여 강변했다.
정 위원장이 이에 “탄핵, 예산, 특검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 권한이다”라고 대응하자, 윤 대통령은 곧바로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소추위원장께서 줄탄핵·예산·입법 폭거가 국회 권한이라고 했다”며 “그렇다면,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르는 후속 조치도 엄연히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라고 되받아쳤다.
비상계엄 선포조건인 '전시, 반란 및 내란, 기타 대규모 테러 등으로 국가 기능이 마비될 위험이 있을 경우'로 한정한 헌법 규정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자신의 탄핵 '기각'을 위해 헌재 변론을 편파방송을 일삼는 어느 유튜브 방송의 토론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바 있는 “국회에 나와도 대통령에게 박수도 한 번 안 쳐주더라”는 말을 또다시 반복했다.

윤 대통령은 “제가 국회 예산안 (설명차) 기조연설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그래도 얘기 듣고 박수 한 번 쳐주는 것이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 대통령 퇴진 시위를 하면서 박수 한 번 안쳤다”라고 비판하며 본인의 야당 불인정, 겸손한 자세를 갖추지 못한 점, 탕평책 등을 실행하지 못한 무능과 정치력 부재를 반성하는 대신 탄핵사건 변론과 상관도 없는 오로지 상대 당 탓으로만 일관했다.
“‘12·3 내란사태’ 관련자들이 검찰에서 진술한 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면 안 된다”라는 반발도 관계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존칭도 없이 거칠게 나열했다.
윤 대통령은 “홍장원(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나 다른 관계자들 우리가 여기서 직접 심판정에서 증인신문을 해봤습니다만 그들의 조서에 기재돼 있는 내용하고 우리가 실제로 증언 들은 거 하고 너무나 거리가 많이 벌어진 것을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증거로 채택되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지시사항과 정치인 체포 지시 등이 담긴 홍 전 국정원 1차장의 검찰 진술조서가 탄핵심판의 증거로 채택되면 불리해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증인신문 때만 자리를 지켰다.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입정하기 전인 오후 4시 25분쯤 대심판정을 나간 뒤엔 복귀하지 않다가 오후 6시 20분쯤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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