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말이 무색하게 화사하고 정열적인 진홍색의 상사화가 만개하여 군락을 이루고 있다.(사진=한상길 기자) |
[로컬세계 한상길 기자]전남 영광군 불갑사 관광지 일원에서 제18회 영광 불갑산 상사화축제가 이달 13일부터 19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국 산악인 등산복 꽃맵시 선발대회를 비롯한 각종 체험 프로그램, 상사화 시화전 등의 전시 프로그램, 꽃길 음악회 등의 공연, 문화 행사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상사화(相思花)는 꽃이 필 때 잎은 없고 잎이 자랄 때는 꽃이 피지 않으므로 서로 볼 수 없다 하여 이름 지어졌다. 이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보여주는 의미이므로 꽃말도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상사화(꽃무릇) 군락지는 이곳 불갑산과 고창 선운사, 함평 용천사 등이다. 너무나 화려하고 유혹적인 빛깔인지라 사찰과는 그다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사찰에 상사화가 많은 이유는 바로 이 꽃의 뿌리에 있는 독성 때문이다. 강한 독성분으로 인도에서는 코끼리 사냥용 독화살에 발라 쓸 정도이지만 국내에서는 사찰과 불화를 보존하기 위한 보존재로 사용해왔다. 사찰을 단장하는 단청이나 탱화에 이 꽃의 뿌리를 찧어 바르면 강한 독성으로 인해 좀이 슬거나 벌레가 꾀지 않는다고 한다.
▲이룰 수 없는 사랑의 슬픔에 쌓여서인지 상사화에 온통 눈물이 아롱아롱 맺혀있다. |
이곳의 상사화는 아침결의 비로 인해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운명적 슬픈 감정이 표출되었는지 꽃에 이슬을 듬뿍 매달고 있다. 일반의 다른 꽃이라면 이런 상황에 얼굴의 지분도 흘러내리고 울적한 기운으로 전신의 몸도 축 늘어질 것이겠건만 여전히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그 자태 꼿꼿하다. 세파에 휘둘려 사는 세상이라 그 타고난 당당함이 더욱 부럽다.
폭죽의 불꽃이 사방으로 산개하듯 힘차게 퍼져나간 수술의 모양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화사함을 넘어 요염함을 느끼게도 한다. 무리지어 서로 의지하고 마음을 달래며 선홍빛의 물결을 이룬 모습이 더욱 향기롭다.
올해는 날씨 때문인지 상사화의 만개가 늦어 이번 주말 정도에나 만개할 것 같다. 축제가 끝나더라도 꽃의 감상이 목적이라면 포기하지 말고 방문하여 즐겨볼 것을 권한다.
▲불갑사에서 구수재로 이어지는 불갑산에 녹음과 붉은 꽃이 혼합되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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