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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모 아니면 도가 되어야 하고 흑 아니면 백이 되어야 하는 양분된 세상에서, 같이 묻어가는 중립지대 없이 살벌한 삶을 사는 오늘이라는 것을 절감하게 된다.
언젠가부터 내 편 아니면 네 편으로 만들어 버리고 마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라는 단어마저 실종되어 우리 편도 없다. 내 편 아니면 적일 뿐이다. 옳고 그름도 없이 그저 어느 편엔가는 속해야만 살아나갈 수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그렇다고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권력과 돈의 숲에 있는 이들은 죄를 짓고도 마치 백성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수사망을 빠져 넘나들고 구속 앞에서도 방패를 쳐 면한다. 그리고 설령 벌을 받아도 금방 사면 복권으로 이어져 활개를 치고 다닌다. 이 땅에는 용서와 자비가 만연하게 베풀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원칙도 없이 정무적 판단이라는 미명으로 가진 자는 살아남고 없는 자는 넘어져, 법을 통한 정의 실현이 멀게만 느껴지는 현실이 안타깝다.
홍길동은 잘못된 사회구조의 체제와 불평등에 항거한 인물이다. 그러나 당대의 법에 준하면 죄인이기에 처벌을 면할 수 없었다. 임꺽정 역시 의적이지만 엄연한 도둑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베풀었다지만 그것은 결국 훔친 물건이었다. 다만 그들이 지금 우리 앞에 있다면 정상참작을 통해서 사면 복권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수는 있는 사례들이었다.
물론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서출이나마 양반의 자식인 홍길동은 사면받았고 천민인 임꺽정은 참수되었다. 법을 통한 정의 실현이 권력과 돈을 방패 삼는 이들에게만 적용하라는 것이 아니건만 공평하지 못한 것은 시대구분이 없는 것 같다.
그런가 하면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일왕 생일 축하 행사에 기미가요를 부르게 하고 외교부 2차관이 대표로 참석해서 축하하는, 백성들이 보기에는 그야말로 천하가 뒤집어질 일이 벌어졌다.
일본이 외국에서까지 일왕 생일 축하식을 성대하게 여는 이유가 일왕을 신격화해서 천황(天皇)이라 부르며 기념하는 것임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북한이라면 모를까, 전 세계 어느 나라가 제 나라 국가 원수 생일에 외국에서까지 성대하게 축하 행사를 여는지 생각해보면 그 답은 나온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인류를 파탄에 몰아넣는 중심에 서서 개망나니짓을 하고도 오키나와와 731부대 연구 결과물을 미국에 바친 대가로 전범에 끼지 않고 히로히토 일왕이 살아남은 까닭에, 지금의 나루히토 일왕은 형식적인 지배만 하고 있다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다.
그런데 지난날 한민족에게 저지른 천인공노할 범죄에 대해 사과는커녕 반성조차 하지 않는 그의 생일잔치에 기미가요가 불리면서 정부 차관이 축하객으로 참석하는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시급한 일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오로지 나 혼자 살아남으려고 발버둥들이다.
치솟는 물가에 한숨만 깊어가는 백성들의 삶은 뒷전이고 일단은 내가 지은 죄에서 내가 먼저 탈출해야 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건뿐만 아니라 지금까지의 결과물들을 보더라도, 문제에서 도망치려는 자의 존재를 보호하여 제 몫이라도 챙기려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맹종하는 이들이 똘똘 뭉쳐 잘못이냐 아니냐 이전에 무조건 그를 옹호하는 것이 지금의 우리 정치라고 한다면 아니라고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간신과 충신의 차이는 그가 제시하는 안이 주권자의 입맛에 맞느냐 아니냐가 아니라, 자신과 패거리들을 위한 것인지 백성들을 위한 것인지의 차이라고 한다.
정치는 사라지고 권력투쟁만 남은 채 법을 통한 정의 실현은 멀어만 가고, 마치 하늘을 맴돌며 먹이를 낚아채기 위해서 빙빙 도는 수리 떼와 공존하는 느낌이 지금을 살아가는 백성들의 심정이라면 심하다고 할 것인지 그 역시도 궁금하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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