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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또한 현역 국회의원 집에서 발견된 돈다발을 증거로 제출된 체포 동의안이 통과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는 정말 동업자 의식에서 벌인 그들만의 리그인지 아니면 무죄 추정의 원칙을 주장한 것인지 혼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수십억 벌금을 탕감받으면서 형량의 절반도 채우지 않고 빵에서 두어 바퀴 돌고 나니 사면복권 받아 다시 떵떵거리며 살게 된다. 그것도 온 백성을 속여 표를 얻고 그래서 부여된 권력을 이용해서 재벌과 유착한 대국민 사기극에 해당하는 중범죄에도 불구하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일어선다. 정치인과 재벌은 이 나라에서는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희한한 면죄부가 그들에게만 주어지고 있다.
연일 일어나는 굵은 사건들에 가려져서 지금은 존재조차 흐려진 일들이 문득 생각난다. 지난날 외환위기를 틈타 론스타인지 뭔지 하는 투자기관과 그 당시 관료나 혹은 전직 관료들이 나라 팔아 제 주머니 채우는 행각을 주제로 만들었던 영화가 있다. 그 영화의 진실은 그만두더라도 당장 라임‧옵티머스 사건의 진실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두 사건 모두 무언가 거대한 세력이 뒤에 포진하고 있을 것 같은 인상을 짙게 풍겼었는데 그 실체는 영 드러나지를 않는다. 이런 사건이 일어나고 나면 그에 대한 수사와 처벌이 명확해야 하는데 어영부영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처리 과정이 백성들의 법과 도덕에 대한 잣대마저 흔들리게 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이런 사건이야말로 실체를 명확히 밝혀 정말 단순한 투자 사기라면 사건 그대로를 투명하게 밝히고, 만일 정치인이나 관료들이 뇌물을 받고 편의를 봐주는 바람에 이뤄진 일이라면 얼룩진 뇌물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물론 그에 관여된 죄인들에게는 투자자들의 눈물까지 덮어씌우는 강력한 처벌로 사건을 마무리해야 백성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내각은 물론 국회의원이나 재벌 총수들처럼 백성들의 기대를 받는 이들이 뇌물 등의 범죄에 연루되거나, 자신들의 권력을 남용해서 백성들을 혼란에 빠트렸다면 당연히 일반 백성보다 몇 배 더 중한 범죄로 다뤄야 한다. 그런데 이건 그게 아니라 재벌과 정치인이나 고위 관료들은 죄를 지어도 사면복권으로 훌훌 털고 일어날 길을 열어주니 그들이 죄짓지 말아야 한다는 의식 자체를 잊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죄를 짓더라도 잘하면 피해 나가고 설령 잘못해서 걸리더라도 몇 바퀴만 돌면 사면복권 되어 수 대에 걸쳐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나라와 백성들은 안중에도 없고, 기왕에 얻은 권력과 부를 이용해서 자신과 측근들이 한탕 해보려는 생각을 갖게 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백성들을 농락한 그들이 다시는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게, 범죄로 증액된 재산뿐만 아니라 재산 전체를 몰수하고, 종신형이나 사형에 처하는 등의 혹독한 처벌로 다스린다고 해도 그들의 범죄가 계속될지 궁금하다.
혹독하게 다스려서라도 그들의 범죄가 뿌리 뽑힌다면 그게 사회 정의를 실현하는 법이 아닐까 한다. 그 누구라도 돈과 권력을 앞세워 법을 통한 사회 정의 위에서 절대로 놀 수 없다는 것을 우리 스스로 실천함으로써 후손들에게 물려줄 귀한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법을 어기고 죄를 범한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처음에는 아주 작은 범죄에도 두근거리던 양심은 죄를 반복할수록 점점 더 큰 죄를 지어도 그게 죄인지를 모른다고 한다. 자신은 당연히 그런 짓을 해도 괜찮은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무감각 증상에 젖게 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그런 증상을 갖는다 해도 사회적으로는 정말 큰 문제가 야기된다. 그런데 그런 무감각증에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 젖는다면 그야말로 상상도 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은 빤히 눈에 보이는 일이다.
우리 한민족의 역사는 물론 세계사를 돌이켜 보면, 외부 침략이 되었든 내부 문제가 되었든, 나라의 몰락 원인은 대부분 고위층의 부패로 시작해서 더 많은 몫을 차지하기 위한 자기들끼리의 권력다툼이 백성들의 삶을 돌보는 기본적인 의무 앞에 놓이는 순간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역사는 절대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거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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