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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한족의 부끄러운 역사를 기록하지 않는 춘추필법(春秋筆法)은 중국이 패한 전쟁이나 그 전쟁에서 당한 중국 왕의 피해 역시 자세히 기록하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것이 안시성에서 양만춘 장군의 화살이 눈에 꽂혀 애꾸가 된 당 태종에 관한 기사가 중국 사서에는 없다.
한족은 미화시키고 이민족은 낮춰보는 대표적인 춘추필법 중 하나가 이민족에 대한 호칭이다. 양쯔강과 황하를 중심으로 형성된 한족의 영토 이외 동서남북에 사는 이민족은 동이(東夷), 서융(西戎), 남만(南蠻), 북적(北狄)이라 하여, 동서남북으로 오랑캐가 득실댄다고 했다.
특히 만주와 한반도에 걸쳐 생활 터전을 일구고 찬란한 문화와 막강한 힘을 자랑하며 지금의 요하 서쪽은 물론 난하 서쪽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하던 우리 한민족은 역대 한족의 가장 두려운 대상으로 항상 위협의 존재가 되어왔다. 그래서 한족은 유독 우리 한민족을 부르는 호칭은 더 경멸하는 의미를 담았다. 이미 언급했던 바와 같이, 우리 한민족에 대한 호칭인 예(濊)와 맥(貊) 또는 예맥(濊貊)은 발 없는 벌레나 짐승을 가리키는 ‘치(豸)’자를 붙여서 만든 것으로, 오랑캐를 가리키는 ‘맥(貊)’자이며 심지어는 담비나 오소리를 가리키는 맥(貉)자를 사용함으로써 극도로 깎아내린 것이다.
그렇게 이어오던 한족 중심의 중국이, 1949년 10월 1일 그 태도가 급변하며 90%가 넘는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이 하나라는 기치를 걸고 중화인민공화국이라는 공산국가로 재탄생한다. 놀랄만한 일처럼 보이지만 그 속내는 한족을 위한 꿍꿍이일 뿐이다. 황하와 양쯔강 유역을 넘어 동서남북으로 펼쳐진 광활한 영토를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소수민족을 손아귀에 넣음으로써 그 영토들 역시 지배하자는 야욕일 뿐이지 정말 소수민족을 생각해서 취한 조치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라도 잘 알고 있다.
춘추필법을 역사 기술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중국은 역사 왜곡을 하면서도 치가 떨릴 정도로 무식하게 한다. 자신들을 지배했던 원나라와 청나라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한 것이다.
칭기즈 칸의 원나라 후손인 몽골이라는 나라가 존재하는데도, 한족을 점령해서 지배하며 3등 민족으로 취급해서 몽골족과는 말도 못 섞게 했던 칭기즈 칸의 원나라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하고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청나라는 그 후손들인 만주족은 존재하지만, 만주족의 국가가 현존하지 않는다고 당연한 듯이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하고 있다. 청나라가 처음 한족의 중국을 지배했을 당시에는 한족과는 결혼도 못 하게 했다.
그런 수모를 받은 한족은 만주족의 청나라로부터 독립해서 나라를 건국하자는 멸만흥한(滅滿興漢) 혹은 멸청흥한(滅淸興漢)을 기치로 내걸고 중화민국 건국의 기반이 된 신해혁명을 일으켰다. 그랬던 한족이 어느 순간에 청나라 역사마저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했으니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청나라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하면 간단하게 끝날 줄 알았던 만주에 대한 영토권이 목에 가시처럼 걸려 오기 시작했다.
바로 고조선과 고구려, 부여 등 고대부터 만주를 지배하고 생활 터전으로 삼아온 우리 한민족의 역사 때문이었다. 아울러 우리 한민족과 청나라의 만주족은 신라말, 고려 초에 나누어진 뿌리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다. 한족 중심의 중국으로서는 역사 왜곡을 위한 긴급조치로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고 줄여서 호칭하는, 동북변강역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을 시작했다.
동북공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구려와 대진국 발해는 물론 고조선사가 한족 중심의 중국 지방 민족 역사로 치부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만주를 지배하며 생활 터전으로 삼고, 오히려 한족 중심의 중국에게 엄청난 위협의 대상이 되었던 우리 한민족이 한족 중국의 제후로 격하되어 지방 정권이 되는 꼴이다.
중앙의 한족 중국이 지방의 우리 한민족 제후를 다스린 꼴이니 당연히 그 역사는 주류인 한족 중국에 편입되고 우리 한민족은 그 역사의 한 갈래라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가 한족 중국의 것이라면, 영토 역시 한족 중심의 중국에 예속된다는 논리로 만주의 영토권을 지속적으로 한족 중심의 중국이 소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그러한 야욕은 절대 이루어질 수 없다. 만주의 역사를 왜곡할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그 영토에 숨 쉬고 있는 영토문화는 왜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은 조선족이라 불리는 우리 한민족 동포들을 도시로 이주하게 만들고, 만주에는 한족을 잔뜩 이주시켜서 눈에 보이는 만주의 문화가 한족과 한민족의 문화가 뒤섞인 것처럼 보이게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고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영토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영토문화는 그들도 어찌하지 못한다. 만주의 영토문화가 한반도의 영토문화와 동일하다는 것은 이미 전 세계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만주의 영토문화를 누린 민족은 바로 한반도에서 같은 문화를 누린 우리 한민족이라는 사실에 입각해서, 만주의 문화주권자는 우리 한민족이며 문화주권자가 영토권자라는 문화영토론에 의해서 만주의 영토권은 우리 한민족에게 귀속된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동북공정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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