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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그리고 그 현상은 설령 왜곡된 역사라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여 통설로 전해오는 역사라면 정사 취급을 받고, 그 통설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올바른 견해를 펼치면 그것은 야사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다수의 왜곡된 논리에 의해 소수의 올바른 논리가 묻혀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기원전 37년으로 알고 있는 고구려 건국연대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고구려는 기원전 37년에 건국되고, 신라는 기원전 57년, 백제는 기원전 18년에 건국된 것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저자 김부식은 진실은 덮으려다가는 어떻게든 꼬리를 밟히게 된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고 말았다.
첫째는 김부식이 고구려를 논하면서 ‘고구려는 진‧한 이후부터 중국의 동북 모퉁이에 끼어 있었으며, 겸손의 뜻이 없고 천자가 봉한 강역을 침략하여 원수를 만들고, 수와 당의 통일을 만나고도 여전히 천자의 명을 거역하고 순종하지 않았다’고 했다.
당나라와 연합해서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고구려 영역을 당나라에 헌납한 신라의 후손답게 사대사상에 흠뻑 젖어서 쓴 아주 못 된 논평이다.
하지만 바로 이 논평이 고구려 건국연대를 올바로 비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준다. 고구려가 진‧한의 동북 모퉁이에 끼어 있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진나라는 기원전 221년에 중국을 통일하고 기원전 206년에 멸망했고 한나라가 기원전 202년에 중국을 통일했으니, 고구려는 진나라가 중국을 지배하던 기원전 221년과 206년 사이에 건국되었어야 한다.
둘째는 '삼국사기'「고구려본기」보장왕에 ‘시어사 가언충이 당 고종에게 전황을 보고하는 중에, 고구려가 건국된지 900년이 되었다’는 말을 기록해 놓았다는 것이다. 전쟁을 위해서 고구려를 연구한 당나라 장수의 말이니 정확히 900년은 아닐지언정, 그에 가깝다는 것으로 신뢰해도 좋은 말이다.
그리고 그해가 668년이니 고구려는 기원전 232년경에는 건국되었고 볼 수 있다. 결국 김부식이 고구려가 기원전 37년에 건국되었다고 기록한 같은 책에서 자기 스스로 고구려 건국연대를 왜곡했음을 인정한 것으로 그나마 다행이다.
위의 2가지 사실 이외에도 광개토대왕릉비에 광개토대왕이 추모왕의 17세손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삼국사기'에는 12세손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 역시 문제다. 단재 신채호를 비롯한 많은 역사가는 경주파의 거두인 김부식이 신라 우선주의에 사로잡혀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보다 건국이 뒤진 것을 부끄럽게 여겨 고구려 초기 역사를 삭감했으며, 그 방법으로 초기 왕들을 기록할 때 일부 왕의 존재를 없애고 그 업적을 다음 왕이나 전 왕과 합해서 기록하는 방법을 써서 세손을 삭감함으로써 고구려 역사 역시 삭감된 것이라고 했다.
심지어 단재 신채호는 우리 한민족 역사서 서술의 새로운 지평을 연 불후의 명저 '조선상고사'에서 ‘고구려 건국 원년으로부터 1백몇십 년을 소급하여 기원전 190년경의 전후 수십년 동안을 동・북부여, 고구려가 분립한 시기로 잡고 그 이하 모든 열국도 같은 시기로 잡아서 열국사(列國史)를 서술하고자 한다’고 하면서 고대사에 관한 역사서의 기록들을 추론하여 고구려 건국연대가 기원전 190년경 전후 수십년이라는 확신을 갖고, 그에 대한 올바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외에도 한 무제가 고조선을 침략해서 멸망시키고 한사군을 설치한 기원전 108년에 한사군 중 하나인 현토군에 ‘고구려 현’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 당시 고구려라는 나라가 있었기에 이름을 차용할 수 있었다는 의미로 중요한 사실이다.
위와 같은 여러 사실을 근거로 많은 학자가 고구려 건국연대를 바르게 정립하기 위해서 대략 200년 정도를 앞당겨야 한다는 이론을 제시하며 나름대로 추정 연대를 제시한 적도 있으나 크게 반응을 얻지 못했는데, 북한 손영종이 1990년 '력사과학'에 「고구려 건국년대에 대한 재검토」라는 논문을 게재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고구려 건국연대를 기원전 277년으로 정의했고, 북한은 지금 그렇게 통일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손영종의 이론에서 모순점을 발견하여 다시 연구했고, 2019년 3월 '간도학보'에 「고구려 건국연대의 재정립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게재함으로써 고구려 건국연대는 기원전 217년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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