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영토론’에 관한 실태를 검토해 보기 위해서 우리 학자들의 논문과 단행본, 학술보고서 등이 가장 많이 게재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RISS에서 ‘영토론’과 ‘영토학’을 키워드로 검색해 보았다. 약 140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제목이나 혹은 본문에 사용되어 검색된 ‘영토론’이라는 용어의 의미 중에 대부분은 어느 나라 영토인가를 지칭하는 용어인 영역(領域), 강역(疆域) 등을 ‘영토론’이라는 용어 속에 포함하여 사용함으로써 ‘영토에 대한 의식(領土意識)’을 나타내는 용어로 사용되었고, 많은 저술이 독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정작 영토권 규명을 위한 이론으로는 ‘문화영토론’과 ‘영토문화론’, ‘민족사적 생활영토론’ 등이 논문과 학술서의 기본이론으로 중복하여 사용된 것을 모두 합해도 10여 편 정도일 뿐이었다. 이런 현상을 볼 때 지금까지는 ‘영토론’ 혹은 ‘영토학’이라는 용어가 ‘영토권 규명을 위한 체계적인 학문’으로서의 이론으로 사용되기보다는 ‘영토를 보는 의식’이나 ‘영토권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영토권 규명을 위한 이론으로서의 ‘영토론’이 다양하게 주장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우리 한민족은 한반도 6배에 달하는 면적의 영토인 만주와 대마도를 최근세에 잃어버린 민족이다. 영토권 규명을 위한 다양한 ‘영토론’을 구축함으로써, 잃어버리고도 잃어버린 사실조차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영토들을 수복하기 위한 초석으로 삼아야 한다. 영토분쟁이 일어났거나 분쟁을 예고하는 영토의 영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이론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론적 뒷받침 없이 무작정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은, 중국이 만주에 대한 영토권을 주장하기 위해서 내세우는 동북공정이나, 일본이 뚜렷한 근거도 없이 독도 영토권을 주장하는 망발과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영토권 수복을 위해서 노력해야 할 현실에 비해서 빈약하기조차 한 ‘영토론’에 대한 연구 현황은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영토권 규명을 위한 이론으로 존재하는 몇몇 이론 중 중요한 이론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민족사적 생활영토론’이다.
유정갑은 그의 저서 '북방영토론'에서, ‘국제법상 영토(領土)란 국가가 그 고유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배타적 권력을 타국의 간섭없이 유효하게 행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영토는 국가와 국민을 연결하는 주요한 요소로, 국가 권력의 물질적 기초로 기능한다. 따라서 국가가 영토를 상실하면 국제무대에서 사라져 버리는 것’이라는 영토의 정의를 기반으로 ‘민족사적 생활영토론’을 주장했다. 그 핵심은, 첫째; 다른 나라에 속해 있어 국제법적인 점유를 인정받지 못해도 민족적・문화적 공통성을 발견할 수 있는 지역이라면 자국의 생활권으로서 적극적으로 사고하되 완전한 병합을 꾀해서는 안 된다는 것, 둘째; 영토는 민족의 시원이자 민족의 주요 활동무대라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 셋째; 생활권과 역사적 맥락이 동시에 충족되는 지역이 그 민족의 잠재적(潛在的) 영토로서, 그 지역을 회복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즉 시원지・역사 무대・생활권의 세 가지가 핵심 요소로 그 요소들을 충족한다면 ‘민족사적 생활영토론’에 의해서 영토권을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만주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충족시키고 있으므로 어느 시기에 가서는 우리가 수복해야 할 영토라고 단언하였다. 하지만 그 핵심 요소인 세 가지 요소를 분별하여 민족사적 생활영토를 구분할 방법이 역사성을 제외하고는 명확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이론이다.
다음은 ‘잠재적 영토관’이다
안천이 그의 저서 '만주는 우리 땅이다'에서 주장한 ‘잠재적 영토관’의 특징은, 첫째로 잠재적 영토관은 공간적이라기보다는 시간적인 입장에서, 오늘이 아닌 과거에 있었던 세력 균형이나 미래에 있어야 할 새로운 모습의 세력 균형에 바탕을 둔 것으로, 현재는 존재하지 않고 국가 외교정책을 형성하거나 젊은 세대에게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둘째로 잠재적 영토관은 역사적 산물인 경우가 많다. 먼 옛날부터 그 민족의 고유한 삶의 터전이요, 역사의 고향이거나, 그 민족이 예부터 널리 살아오고 있는 곳이지만, 오늘날에는 현실적으로 그 민족의 현실적 영토와 일치하지 않는 데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셋째로 잠재적 영토관은 현실적 영토에 대한 변경을 요망하는 현상변경적인 입장으로, 주변국과 관계없는 당사국의 국가의지요 민족의지라는 특징을 가진다. 그러나 잠재적 영토관은 결코 침략주의적이거나 제국주의적인 존재가 아니라, 침략에 대한 정당한 권리 주장이요, 부당한 침략의 결과로 나타난 잘못된 현실을 고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의지다. 이러한 점에서 잠재적 영토관은 정당성(legitimacy)을 갖는 것이며, 국제여론의 뒷받침을 받는 것이다. 비록 ‘잠재적’이라는 단서를 달고는 있지만, 매우 합리적 이론으로 만주 수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는 이론이다. 하지만 잠재적 영토를 가늠하는 잣대가 역사적 사료를 제외하고는 뚜렷하지 않음으로, 사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 호에 계속)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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