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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그러나 그들이 사면 복권되지 않는다고 해서 마음대로 행동하지 못했던 것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것은 지난날들의 재벌 총수 사면 복권이 대답해 주고 있다.
재벌 총수씩이나 돼서 빵을 드나든 이유 자체가 부정이나 뇌물 공여로 인한 특혜가 아니라 웬만한 것이라면, 드러나지도 못한 채 알아서 정리됐을 것이라는 정도는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그들이 빵에 갔을 정도면 무언가 특혜를 통해서 백성들에게 직격탄으로 피해를 준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빵에 갈 사람들이 아니다. 결국 재벌 총수들의 사면 복권은 백성들에게 피해를 주는 죄를 지어도 돈과 권력에 줄을 댈 끄나풀이 있으면 무죄선고나 다름없다는 것을 백성들 앞에 공언한 돈의 승리일 뿐이다.
한편으로는 윤석열 정부의 사면 복권에 대한 기대심리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경제를 산산조각 낸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 경제성장이라는 허황된 이론에 맞설 마땅한 카드도 내놓지 못하는 현실 앞에 궁여지책으로 선택한 카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백성들은 당연히 새로운 경제정책으로 인해서 추락하는 경제 현상을 타개해 주길 바란다. 백성들은 정권에게 경제문제 풀기 연습 기간을 제공할 시간이 없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백성들의 눈에 보인 것은 금리 인상을, 그것도 대폭 인상하는 묘한 정책만이 눈에 보였을 뿐이다. 물론 금리 인상이 결국 어떤 정책의 어떤 방향으로 귀결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는 백성들도 많다. 주택 정책도 이렇다하게 눈에 보이는 정책은 보이지 않고, 그저 원론적으로 할 수 있는 이론에 규제를 완화하는 정도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의 방역이 과학적이지 못하고 정치적이라던 과학방역의 실체 역시 그 나물에 그 밥 이상은 없다. 야외 마스크 의무 착용이 폐지될 때 시기상조라고 하더니 막상 정권을 잡고 감염자가 기하급수로 늘어나는데도 착용 의무화를 시행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백성들이 원하는 방향이 그쪽 같으니 그리하자는 정치적 계산이 빤히 눈에 보인다. 도대체 백성들이 점수를 주고 싶어도 줄 곳이 없다. 틀린 정답에 점수를 줄 수는 없다는 것을 백성들이 먼저 안다.
윤석열 정부의 초라한 성적표에는 누가 뭐래도 얼룩말 인사가 가장 큰 공헌을 했을 것이다. 야당과 언론의 공격 받느라고 고생했다고 하면서 임명장을 수여한 부총리는 100일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공격이 아니라 잘못한 부분에 대한 질책이었건만 그걸 공격이라고 했으니 백성들과 괴리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뿐만아니라 내각의 수장인 국무총리는 물론 준 내각에 해당하는 기관의 장으로, 화합의 대명제 해결을 위해서라는 꼬리표를 달고 진보정권이라 불리며 경제와 부동산 정책을 박살냈던 정권의 산물까지 어우러져 도대체 국정 방향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
비록 우리 정치권이 보수와 진보를 잃어버린 채 표를 쫓는 정치가 됐다지만,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누구를 선택하느냐는 인사권자의 마음이지만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는 마음대로 할 일이 아니라는 것조차 잊은 것 같다.
더더욱 소통이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는 소통이 아니라 통보라는 인상마저 안겨 준다. 진정한 소통은 백성들에게 국정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애로사항을 경청하는 것임을 아는 것인지 의문이 들 때도 있으니 그게 문제다. 물론 그 전달자 역할을 하는 이들의 자질이나 기타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감안해도 그렇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말 실수로 문자가 유출된 것인지, 아니면 나는 이렇게 신임을 얻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고의 유출인지 의아할 정도의 ‘내부총질 사건’ 문자 유출이 있었다.
최고 권력자로서 자신의 입장을 그렇게 밝힌 것도 보통 문제는 아니다. 자신을 도와 당선시킨 사람들을 내부총질이나 하는 이들로 몰아세우면 자신에게 표를 준 백성들에게도 언제 내부총질하는 이들이라고 몰아세울지 모르는 문제다.
그런데 더 큰 문제이자 심각한 문제는, 그게 언론에 그대로 적나라하게 드러나 자신이 신뢰받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던 그 태도는 정말 구제받지 못할 망발이다. 설령 대통령이 그 당시 모종의 기분에 의해서 그런 문자를 보냈다고 해도 얼른 감추고 대통령에게 그렇게 표현해서는 안 되며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고 충언을 하는 것이 충신이다.
진위여부야 훗날 밝혀질 일이지만, 이준석이 저질렀다는 실수가 마치 그를 몰아내는 호재가 되기라도 하는 모습은, 엊그제 같은 밥솥의 밥을 퍼먹으며 승리하는 그날까지 함께 가자고 했던 그 모습을 기억하는 백성들이 보기에는 진실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로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하다. 믿을 수 없는 인물들의 집합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권력의 그늘조차 가 보지 못하고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단지 하나다. 아직 시작이니 얼마든지 수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고 권력자는 물론 그를 보좌하는 모든 권력자들은 지금 누리는 권력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 백성들의 권력을 차용한 것임을 명시해야 한다. 자신이 권력을 소유했으니 자신이 승자가 되겠다고 하는 것은 나라 망하는 지름길이다.
백성들이 빌려준 권력이니 진정한 승자는 백성들이어야 한다는 각오로 일한다면, 그것이 법을 통한 정의 실현이며 백성들이 먼저 그 진심을 알게 된다. 백성들이 그 진심을 알게 될 때 집행자인 그들 역시 승자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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