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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 |
그러나 그런 명목은 미국이 붙여준 한낱 구실일 뿐이다. 그 뒷면에는 731부대에서 쏟아져 나온 인체실험의 결과물을 미국에 상납하고 동북아에 영토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미국의 마음을 읽고, 미국이 오키나와를 점령할 것을 제안한 일왕의 야비한 술수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 때부터 항복을 결심하며 대책을 세우던 일본은 사흘 후 나가사키 원폭 투하가 감행되자, 전범 면책을 받기 위해서 최대한 많은 것을 미국에 제공하고 미국이 내세울 합당한 명분을 연구하며 9일 동안 협상하여 결과물을 얻어낸 후, 8월 15일에 무조건 항복을 한 것이다.
일본과 암약을 맺은 미국은 혹시 반발할지도 모르는 나머지 연합국에 대해서는, 이미 사할린과 쿠릴 열도 및 연해주를 강점하고 있으면서 만주를 넘보다가 북한으로 눈을 돌린 소련의 과거와 현재의 침탈행위를 눈감아 주고, 신장위구르와 내몽골, 티베트를 강점하고 있는 중국에게는 만주를 넘겨주며, 그렇게도 아시아 시장을 원하는 영국에게 홍콩을 조차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것으로 연합국 상호간의 이익 분기점을 맞췄다.
그 당시 중국은 만주를 간절하게 원했다. 고조선과 고구려 이후 청나라까지 만주에 살거나 그곳에서 일어난 나라와 민족 때문에 한족 중국이 당한 역사상의 수모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러니 이 기회에 만주를 손아귀에 넣고 싶었지만, 당시 국내 사정도 여의치 못해 무력 사용은 힘들고 막상 자신들의 영토라고 내세울 명분이 없던 참이라, 미국이나 소련이 만주에 잔뜩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중국은 속만 태우고 있었을 뿐이다.
당장 관동군 무장해제를 핑계로 대일 선전포고와 동시에 만주로 들이닥친 소련의 행동이 그걸 증명한다. 미국 역시 만주에 대한 점령 의도를 보였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과의 협상으로 이미 오키나와를 확보한 터라 만주를 중국에 양보할 속셈이었다.
일본 영토도 아니고 일본이 강점하고 있을 뿐이기에 당연히 류큐족에게 독립시켜 주어야 함에도 일본은 오키나와를 미국에 헌납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으로서는 오키나와 점령 당시 희생된 5만여 명의 병사들에 대한 보답도 얻어내야 했고, 별도의 힘을 안 들이고 받는 영토이니 굳이 마다할 이유도 없기에 모르는 척하고 받아들였다. 일본은 자신들의 영토도 아닌 것을 미국에 헌납하고 일왕과 그 막냇동생과 아주 중요한 전범 25명이 사면받을 수 있으니 더 이상 좋은 흥정은 없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소련이 한반도에 눈독을 들여 북한으로 진군하는 것을 묵인하고 만주를 중국으로 넘길 것을 제안했다. 그래야 중국도 묵묵히 동북아 영토유린에 동참할 것임을 미국도 소련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남의 영토를 갖고 나눠 먹기에 손해 볼 것 하나도 없는 동북아 영토 유린 잔치는 1945년 11월 소련이 만주를 중국에 반환하고, 같은 해 9월 6일에 이미 미국이 발표했던 일본 영토에 대한 1차 발표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대마도가 포함된다. 이 발표에서 대마도가 일본 영토에 포함된 이유는 간단하다.
일본이 대마도를 우리 한민족에게 반납하면 비슷한 시기에 일본이 강점한 류큐제국의 영토 오키나와를 비롯한 류큐제도 모두를 류큐족에게 반납해야 하고, 홋카이도와 사할린 및 쿠릴열도는 아이누족에게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해병대 기지 설립을 통한 오키나와 점거가 무산되는 것은 물론 소련이 차지하고 있던 사할린과 쿠릴 열도도 내놓아야 한다. 동북아 영토를 유린하여 자국의 욕심을 채우는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자 연합군은 평화를 가장한 악랄한 점령군이 되어 인류를 또 다른 전쟁으로 내몰고 말 저주받은 흥정을 일본과 하고 만다.
연합군과 일본이 맺지 말아야 했던 저주받은 흥정으로 우리 한민족은 대마도를 수복하지 못했고 류큐제국과 아이누족은 독립할 수 없었지만, 일본은 패전국이면서도 승전국 이상의 영토를 확보하여 지금도 오키나와를 비롯한 류큐제도와 홋카이도 그리고 대마도를 강점한 채 미국의 발바닥 아래 엎드려 비위를 맞추며 살고 있다. 마치 막부시대의 농노들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도 허리는 앞으로 살짝 굽히고 고개는 항상 15도 정도 숙여야 하는 까닭에 눈은 자동으로 3~4미터 전방 땅을 바라보면서 ‘스미마셍’을 입에 달고 산다. 속으로는 미안하다는 생각은커녕 상대를 어떻게 이용할까만 생각하면서도 입으로만 연신 외쳐대는 것이다. 자신들보다 절대 강자라고 판단되는 앞에서는 그리하는 그 모습이 일본다운 일본인의 모습으로 왜족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 그대로인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요즈음 우리 정부는 우리가 컵의 반 잔을 채우면 나머지는 일본이 채울 것이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기대하에 한일관계정상화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지극히 상식적이지 못한 것이 왜족 일본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자신들보다 절대 강자라고 판단되지 않는 한, 나머지 반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채워 놓은 반 잔마저도 홀짝 들이마시고도 남을 민족이 왜족 일본이라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신용우 행정학박사(지적학전공)/작가/칼럼니스트/영토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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