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명예훼손 혐의도 “고의성 없어”
박 대령 “오늘의 정의로운 판결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 덕분”
김경호 변호사 “극악무도 尹이 뭉개버린 정의와 상식 회복해야”
국방부 “중앙군사법원 판결 존중한다”

[로컬세계 = 전상후 기자]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 용산 소재 중앙군사법원은 9일 박 대령에 대한 항명죄 등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해병대 사령관에게 이 사건의 이첩 중단을 명령할 권한이 없고, 상관 명예훼손에 대해서도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앞서 군 검찰은 지난해 11월 21일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할 것을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고 채 상병은 지난 2023년 7월 19일 오전 9시 3분경 경북 예천군 보문면 미호리 보문교 남단 100m 지점에서 폭우 실종자를 수색작업을 하던 중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은 같은 달 30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후 이 전 장관은 조사 결과 이첩 보류를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에게 지시했다. 이에 김 사령관 또한 박 대령에게 민간으로의 이첩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는게 군 검찰 측 주장이다.
박 대령은 당시 조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넘겨, '항명 혐의'로 2023년 10월 6일 국방부 검찰단에 기소됐다. 또 박 대령에게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했던 발언 중 일부가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상관명예훼손' 혐의까지 더해졌다.
이후 군사법원은 2023년 12월 7일부터 지난해 11월 21일까지 총 10차례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해병대 사령관의 직무 및 지휘 감독권의 범위는 해병대 수사단이 지체 없이 기록을 이첩할 수 있도록 지휘 감독해야 할 법령상 권한 및 의무가 있는 것이다”며 “이 사건 기록을 특별한 이유 없이 이첩 중단할 것을 명령할 권한은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밝혔다.

판결문은 또 “해병대 사령관이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을 하게 된 동기와 더불어 국방부 장관의 지시 의도, 그 방법 등에 비춰 볼 때 정당한 명령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상관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서도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적시한 내용이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피고인에게 명예훼손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라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군사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항소 등 후속 조치 등에 대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전 단장의 첫 번째 법률대리인이었던 김경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윤석열 정권이 뭉개버린 정의와 상식을 회복하는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김경호 변호사는 “박정훈 대령이 항명죄 무죄 판결을 받은 것도, 결국 ‘적법하지 않은 지휘개입’과 ‘위법한 명령’에 대해 박 대령 스스로 헌법정신을 지켰다는 점이 법정에서 인정된 결과”라며 “군은 오직 합법적 지휘만을 통해 운영되어야 하며, 설령 장관이라는 지위에서 '내가 옳다'고 우겨도, 그 명령이 법률을 무시한다면 군인은 따를 이유가 없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행사해 온 태도가 '위법한 명령권 행사'였다면, 이는 군인의 진정한 충성을 농락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김 변호사는 “앞으로도 불의한 지시는 단호히 거부하고, 공정한 법 집행과 책임윤리를 지켜낼 때 비로소 '정의로운 군대'로서 국민의 신뢰를 받게 될 것이다”며 “오늘 박 대령의 무죄는 저 극악무도한 윤석열 정권이 뭉개버린 정의와 상식을 회복하는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마지막으로 “국민과 헌법에 도전하는 '반헌법적' 행위를 해놓고도, 육사 신조 운운하며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고 외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언행은 가소로운 위선의 극치다”며 “말로는 정의를 말하지만 실제로는 국민과 군인의 본분을 저버린 채 불법을 거듭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해병대 수사단의 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려 하느냐”며 격노했다는 일부 주장에서 해당 사단장으로 거론되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은 박 전 단장의 판결에 대한 입장을 묻는 언론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임 전 1사단장은 판결 전날인 8일 박 전 단장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주위 법조인들로부터 군사법원이 법에 따라 판단하면 항명죄가 유죄로 인정되는 것에 대해 거의 의문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며 박 전 단장의 유죄를 예상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로컬(LOCAL)세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