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상상을 초월한다. 일찍이 없었던, 미증유의 심각성이다. 황폐한 교육환경에서 피어난 ‘악의 꽃’에서 전율과 참담함을 느낀다.
폭력은 항상 힘이 있는 곳에, 사람이 무리지어 있는 곳에 존재해 왔지만 요즘 벌어지고 있는 난폭성은 예전에 비할 바 아니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 사랑과 우정 대신 주먹이 오간다는 것은 비극이다. 휴대전화를 빼앗았다고 학생이 선생에게 칼을 들이대는 장면은 아찔하기까지 하다.
어디 그뿐인가. 무려 39차례나 학교 안팎에서 동급생들의 폭력을 견디지 못한 대구의 중학생은 지난 연말 자살로써, 꽃다운 삶을 마감했다. 그로부터 47일 만에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피해 학생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가해 학생 처벌과 함께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학교장 즉시조치권과 복수담임제 도입, 가해 학생 학부모에 구상권 청구, 가해학생 학생부 기록 대입 전형 활용, 일진경보제 등이 핵심내용이다.
물질 추구 황폐한 교육환경이 초래한 불행
하지만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는 비판이 적잖다. 일진경보제는 일진회의 실체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제대로 작동할지 의문시된다. 복수담임제도 교사들 간의 갈등 등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특히 학교폭력 대책 일부 내용과 충돌 가능성 있는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거나 시행할 예정인 경기도교육청과 서울시·광주시교육청 정책과는 상충 우려도 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 문제는 그동안 한국인들이 살아온 물질 위주 삶의 방식에서 초래되는 일종의 업보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압축 성장’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는 직장과 가정의 엄격한 분리와 장시간 근로 문화가 고착됐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근로자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연간 500시간 정도 더 일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이 43.6%로, 외벌이 가정보다 더 많아졌다. 아빠와 엄마 그리고 아이들이 각각 직장과 어린이집이나 학교로 가기 위해 아린 가슴을 참고 아침에 헤어진다. 그러고는 대개 밤늦게 귀가하여 피곤한 몸으로 잠자리에 든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며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함께 풀고 관심사를 공유할 시간적 여유는 없다.
근로 환경과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로 전환해 부모들이 성장하는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실 학교폭력이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닌데 그동안 우리는 무얼 하다가 이제야 요란을 떠는 것인가. 이 ‘뒷북치기’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고통에 무감각한 마비의 사회인가를 잘 보여준다. 학교폭력의 해법을 찾는 일은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아이들이 울면서 골목을 돌고 돌다가 망울째 시들어 떨어지기 전에, 학교폭력의 밑바닥에 깔린 사회적 잔인성의 뿌리가 무엇인지 깊게 성찰하는 일을 동시에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된다.
가정·학교·정부 역할 증대로 해법 찾아야
근원적인 문제에 대한 해답이 보인다. 사회구조적 폭력의 제거이다. 학교폭력이 일부 학생들의 폭력, 갈취, 위협 같은 일탈적 행동을 의미한다면 사회구조적 폭력은 우리 사회 전체가, 크고 작은 폭력성을 쉽게 용인한다는 점이다. 사람을 사람다운 사람으로 키우고 북돋우자는 것이 교육의 본질적 목적이고 가치이다. 그런데 우리는 교육의 그 본질 목적, 가치, 그것의 양보할 수 없는 내적 선(善)을 시궁창에 내던진 교육, 아이들을 키우고 살리기는커녕 죽이는 교육을 교육의 이름으로 자행하고 강제해왔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교사가 모두 성자나 현자일 수 없고, 전체 학생이 모범생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할 터이다. 사랑과 존경, 겸양과 배려의 정신을 배양해야만 우리의 공동체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 말이다. 그래야만 전체 학생 중 30∼40%가 폭력을 당한 경험을 갖고 있고, 피해학생의 10%가 자살충동까지 느꼈다는 우울한 조사보고서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다. 해맑은 동심(童心)을 찾아주자. 우리의 미래인 저 학생들의 눈망울에 두려움과 슬픔이 가득해서야 되겠는가.
- 기사입력 2012.02.13 (월) 09:33, 최종수정 2012.02.13 (월)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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